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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31

기쁨은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달마산 도솔암. 기쁨은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미켈란젤로는 밤새워 작품을 완성하고 집 밖을 나와 햇빛을 머금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고 심하게 좌절했다지요. 햇빛을 머금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상상해 보니 미켈란젤로의 심정을 알 것 같습니다. 천재화가는 자연을 보고 좌절했다지만 우리는 그런 것을 통해 기쁨을 아는 사람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게 된 기쁨은 저절로 생긴 것이 아닙니다. 발품을 팔았고 계절 변화에 민감했고 마음을 열어 감성을 벼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제 벼려진 기쁨은 예전만큼 보살피지 않아도 저절로 자라납니다. 기쁨은 내 몸에 자리를 잘 잡았나 봅니다. 미황사-달마봉-대밭삼거리-떡봉-도솔암. 약 11.2킬로미터. 어느 봄날 남해의 산길을 걸었습니다. 길이보다 더 힘겨웠는데 그 이유는 바위.. 2024. 4. 5.
특별한 하루, 백담사에서 백담사로 특별한 하루, 백담사에서 백담사로 봉정암을 가기로 했다. 백담사를 거쳐 영시암을 지나 오세암 찍고 봉정암으로. 그리고 다시 백담사로. 하루 일정이다. 이 정도면 전문산악인의 실력이 필요할 터이다. 나의 실력으로는 완전 무리지만 같이 갈 사람들이 있을 때 해보기로 한다. 마음은 먹고 약속도 잡아 일사천리로 진행되지만 나의 마음은 끌려 다니기만 할 뿐이다. 끌려가다 한 번씩 브레이크를 잡는다. ‘이건 무리다. 민폐를 끼치면 안 되는데. 가서 다른 사람들 고생시키고 불편하게 하느니 이참에서 그만둘까’ 싶다. 그러다 계획을 잡고 준비물을 챙기는 일행을 보며 맞장구를 친다. 다만, “나는 가볍게 갈게. 내가 짐이 되면 안 되니까.”라고 웃음을 날려 동의를 구하지만 그래도 두렵긴 마찬가지고 취소하기도 너무 늦은 것.. 2024. 4. 4.
먼 곳을 향해 기도하는 곳, 금산 보리암 먼 곳을 향해 기도하는 곳, 금산 보리암 이른 새벽 통영항을 떠납니다. 1박 2일의. 차 안에서 바다를 보니 떠나는 배의 불이 밝습니다. 눈을 뭉쳐 눈사람을 만들 듯이 빛은 뭉쳐 배에 장착한 것 같습니다. 아주 밝은 것들이 줄을 지어 움직입니다. 눈을 뭉쳐 밀도를 높여 눈사람을 만들 듯이 눈사람 닮은 빛사람이 움직입니다. 여명조차 없는 어둠에서 물고기를 유혹하려면 저 정도의 밝기는 되어야 할 겁니다. 홀려야 하기 때문이겠지요. 그것이 상대방의 목숨일지라도 말입니다. 빛을 따라가던 물고기들은 빛에 홀려 그물 속에 갇힐지도 모르겠습니다. 먼 바다 어느 곳에서 빛을 장착한 어부의 생존과 심연에서 깨어난 물고기들의 생존이 사투를 벌일 것 같습니다. 오늘은 어떤 날일지, 어떤 일이 일어날지 기대하며 조용히 눈을 .. 2024. 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