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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조선시대부터 제사를 지내던 산, 홍천 팔봉산

by 힘월드 2024. 5. 16.

조선시대부터 제사를 지내던 산, 홍천 팔봉산

홍천 팔봉산 등산 안내도
홍천 팔봉산 등산 안내도

 

팔봉산은 해발 327m로 높지 않습니다. 100대 명산 중에서 가장 낮은 산이기도 합니다. 팔봉산을 팔봉산 유원지 쪽에서 정면으로 바라보면 8개의 봉우리가 나란히 일렬로 놓여 있습니다.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바위들은 산수화의 여백과 닮아 있습니다. 7개의 봉우리는 어깨를 두르고 있는 듯하다가 마지막 8봉은 사이가 떨어져 있어 어깨 대신 손을 잡은 것은 아닌 가, 상상할 수 있습니다.

 

마주 보이는 봉우리 뒤에는 홍천강이 흐릅니다. 북한산의 지류인 홍천강이 팔봉산의 삼면을 감싸고 흐릅니다. 봉우리에 올라가면 한 폭의 그림 같은 홍천강의 맑은 물과 백사장 그리고 홍천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1봉부터 8봉까지의 풍경을 같은 듯 다릅니다. 강을 조망할 수 있는 것은 같은데 봉우리마다 위치와 각도가 달라져서 새로운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크고 높지 않은 바위산이 강 길을 동무한 덕에 등산객들의 발길을 끌어당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선시대 에는 감물악이라고 불렸고, 현재는 산봉우리가 8개로 나란히 놓여 있으므로 팔봉산이라 합니다. 팔봉산에는 전설이 있습니다. 팔봉산은 원래 이곳 홍천에 있던 것이 아니라 남쪽에서 옮겨온 것이라 합니다. “옛날에 여덟 명의 장사가 산을 메고 금강산으로 가다가 이곳에 와서 쉬게 되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천둥과 벼락이 치더니 비가 쏟아지면서 강물이 넘쳐 도저히 금강산으로 갈 수가 없었습니다. 이에 여덟 장사들은 할 수 없이 지금의 자리에 팔봉산을 내려놓고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여덟 장사들이 메고 온 봉우리는 크기 및 모양이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팔봉산의 제2봉에는 삼부인당이 있고, 조선시대부터 제사를 지내왔습니다.

 

팔봉산은 조선시대에 나라에서 제사를 지내던 곳입니다. 이에 대한 기록은 조선왕조실록및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마을에서 매년 음력 3월 보름과 9월 보름에 굿과 제사를 지내며 마을의 번영과 풍년 그리고 군민과 관광객들의 무사안녕을 기원하고 있는데, 조선시대부터 행하던 것이니 그 역사가 오래된 곳입니다. 이러한 역사적 바탕 위에 팔봉산은 1980529일에 국민관광지로 지정되었습니다.

 

크고 작은 여덟 봉우리가 팔짱 낀 8형제처럼 이어진 아름다운 자태의 팔봉산은 숲 사이로 뾰족뾰족 솟은 암벽과 기암괴석, 굽이굽이 감도는 홍천강의 맑은 물줄기가 한데 어울린 정경은 한 폭의 동양화처럼 수려합니다. 아름다운 경관과 더불어 팔봉산은 8개의 봉우리들이 험준하게 솟아 있어 얕잡아 볼 수 없는 산입니다.

 

홍천 팔봉산은 홍천강 중간쯤에 위치한 산입니다. 팔봉산이 여름에 특히 인기가 높은 것은 홍천강이 산을 끼고 돌기 때문입니다. 힘겹게 산행을 하고 난 후에는 홍천강 맑은 물에 땀을 씻고 피로도 흘려보낼 수 있습니다.

 

8봉까지 한눈에 보이는 높지 않은 산이니 1봉부터 8봉까지 능선 따라가면 힘들진 않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주차장을 출발해 팔봉교를 건너면 다리 끝에 있는 매표소를 만납니다. 산행은 매표소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등나무 아래에서 복장을 정비하고 화장실을 다녀온 후 산길로 접어듭니다. 수풀이 우거진 길이 의외입니다. 밖에서 볼 때 보다 더 나무들이 울창한 산입니다.

 

홍천강 전경
홍천강 전경

 

팔봉산의 등산로는 매우 단출합니다. 오르는 길은 오직 1봉으로 가는 길뿐입니다. 일렬로 늘어서 있으니 하나씩 봉우리를 넘으면 되는 산길로 일방통행 길인 셈입니다. 하산하는 길은 2봉과 3, 7봉과 8봉 사이 그리고 8봉을 넘어 이어집니다. 산행 실력과 컨디션에 따라 하산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만 대부분 산행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아 8봉을 모두 넘어서 내려옵니다.

 

시작부터 계단길입니다. 뾰족하게 솟은 산이라 경사도 그리 완만하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 올라가니 계단이 끝나고 산길이 나타납니다. 산길 역시 오르막이 심합니다. 1봉까지 오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40여분 정도입니다.. 낮은 산이라 정상까지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그만큼 가파르다는 것입니다. 중간중간 멈춰 서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숨 고르기를 하다 보면 바위들이 나타납니다. 특히 1봉 정상을 코앞에 두고는 거친 암봉을 올라야 합니다. 로프를 잡고 수직으로 솟은 암봉을 올라야 하니 순간적으로 짜릿합니다. 1봉 표시석의 모양이 작아 귀엽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1봉에 오르니 뒤로 여덟 봉우리가 펼쳐집니다. 홍천강이 휘감아 돌고 있는 것이 한눈에 보입니다. 강과 산의 완벽한 조화가 마치 한 폭의 동양화입니다. 각각의 봉우리가 가까이 붙어 있어 다음 목적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1봉에서 2봉으로 가려면 암봉을 내려와 산길을 조금 걸은 후에 다시 암봉을 올라야 합니다. 1봉과 마찬가지로 수직 절벽이 길을 막아섭니다. 절벽에는 발을 디딜 수 있는 받침대와 로프가 설치되어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정상에는 삼부인당이 있습니다. 8봉 중 제일 높은 봉우리라고 합니다. 작은 규모의 당집에는 이 씨,김 씨, 홍 씨 세 부인이 모셔져 있다 합니다. 400여 년 전인 조선 선조 때부터 팔봉산 주변 사람들이 마을의 평온과 풍년을 기원하며 액운을 막는 당굿을 해오는 곳이라고 합니다.

 

2봉을 내려와 3봉으로 오르는 과정도 만만치 않습니다. 봉우리와 봉우리 간격이 넓지 않아 급격한 경사를 오르내리기를 반복해야 합니다. 험한 암봉이라 곳곳에 위험이 숨어 있습니다. 내딛는 발에 잔뜩 힘을 주고 주의를 기울입니다. 2봉에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조심조심 내려오니 수직으로 솟은 바위가 또 길을 막아섭니다. 철제 사다리를 설치되어 있어 수월하게 오를 수 있습니다만 그 경사도가 6,70은 되어 보입니다.

 

3봉에 오르니 산을 휘감고 도는 홍천강이 더욱 확연하게 보인다.

 

4봉은 해산굴이 있는 팔봉산의 하이라이트 구간이라고 합니다. 두 가지의 길이 나누어져 있습니다. 해산굴로 가는 길과 바위와 바위 사이를 연결한 철제 다리입니다. 해산굴은 좁은 바위틈을 통과하는 어려움이 출산의 고통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바위틈을 통과할 때마다 젊어진다고 해서 장수굴이라고도 합니다. 좁은 구멍을 통과하는 재미가 각별해서인지 주말이면 해산굴 앞에 긴 줄이 늘어선다고 합니다. 일행 중 한 분이 용감하게 해산굴로 향합니다. 등치가 제법 있는 일행은 좁은 동굴에서 한참을 몸부림치다가 겨우 빠져나옵니다..

 

4봉에 올랐으니 산행의 절반은 마친 셈입니다. 남은 5, 6, 7, 8봉이 훨씬 위험하고 까다롭다고 합니다. 바위봉우리도 수직으로 솟아 있고, 발을 딛기 어려운 곳이 매우 많습니다. 길이라고 볼 수도 없는 바위를 타고 오르내려야 합니다. 6봉과 7봉에서 절벽 같은 곳을 로프에 의지해 내려가는 모습이 유격훈련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산이 낮다고 만만하게 여길 수 없습니다. 모든 봉우리가 험준합니다. 팔봉산은 무턱대고 오르다가 봉우리를 넘나들며 한숨을 내쉬고 후회한다는 산이라고 합니다. 온몸으로 실감합니다.

 

7봉을 내려서면 탈출구가 보여 계속 산행을 할지 말지 고민이 많습니다. 마지막 남은 8봉 앞에는 경고문이 있습니다. 8봉은 가장 험하고 안전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코스이니, 등산 경험이 많지 않거나 체력이 약한 사람은 이 지점에서 하산하라는 내용입니다. 잠시 망설이다가 7봉까지 힘겹게 온 것을 생각하며 8봉을 향해 발걸음을 옮깁니다.

 

8봉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르기가 다른 봉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손잡이와 발받침을 설치되어 있습니다. 만약 안전시설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면 초보자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 하산 코스 까지도 급경사입니다.

 

팔봉산의 여덟 봉우리를 다 넘고 나면 출발했던 매표소로 가는 강변길이 있습니다. 조금 전에 암릉을 걸었던 것과는 판이한 경험입니다. 강변 옆길은 낮은 풀들과 흙길로 휴식하기 좋은 풍경을 제공합니다. 물길을 옆으로 돌아 걷다 보면 어느새 바위산을 넘기 위해 잔뜩 긴장했던 몸이 편안해집니다..

 

8개의 봉우리가 강을 끼고 일렬로 서 있는 모습도 남다르지만 그 봉우리 중 한 곳에 당신이 있다 하고 조선시대부터 제사를 지내던 곳이라 하니 그 기세가 남다릅니다. 그 산이 멀어질 때마다 자꾸 뒤돌아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