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서남단의 끝 섬, 가거도
가거도의 땅 모양을 부감 숏으로 찍은 사진을 본 적이 있습니다. 북서에서 남동 방향을 축으로 한 긴 모양의 섬입니다. 배가 하얀색인 상어가 등 쪽을 북으로 하여 옆으로 누워 있는 모양입니다. 하얀색으로 보이는 배 부분에 배가 닿는 선착장과 마을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 모양을 더 높이 부감한다면 아마도 망망대해에 한 마리 상어가 유유자적하는 그림을 만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반도 서남단의 바다색은 짙푸르고 끝을 알 수 없게 펼쳐져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 닭이 울면 들린다고 할 정도로 중국과 가깝지만,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중국까지 직선 최단거리는 385킬로미터입니다. 육지와 동떨어져서 6.25 전쟁 당시 전쟁 난 줄도 모르고 있다 전쟁이 거의 끝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입니다..
가거도는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리에 있는 섬입니다. 목포에서 남서쪽으로 145킬로미터이고, 대흑산도에서 남서쪽으로 70킬로미터 지점에 있습니다. 면적은 9.09 제곱킬로미터이고, 해안선 길이는 22킬로미터입니다.
조선시대에는 가가도로 불리다가 1896년부터는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라 하여 가거도(可居島)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소흑산도로 지명이 바뀌었다가, 다시 가거도로 불리고 있습니다.
북쪽에 위치한 독실산(犢實山, 639m)을 비롯하여 대부분 기복이 큰 산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독실산은 신안군에서 가장 높은 산입니다. 면적이 9.09 제곱킬로미터인 섬에 신안군에서 가장 높은 산이 있다는 것은 가거도의 지형을 설명하는 것 같습니다. 해안선은 비교적 단조롭습니다. 남쪽의 사빈해안을 제외하면 대부분 암석해안입니다. 접근이 쉽지 않다는 말입니다. 파도와 조류, 해류 등의 침식으로 깎여 해안에 형성된 절벽이 발달하여 풍광이 뛰어납니다.
가거도리 앞 해빈은 모래가 풍부한 백사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섬 전체가 거의 산림지대를 형성하여 경작지는 적습니다. 논은 없으며 밭과 임야로 이루어진 섬입니다. 가거도 산 전체가 후박나무 서식지로 후박나무껍질을 채취하여 소득을 올리기도 합니다.
2009년 기준으로 인구는 494명(남 280명, 여 214명)이고, 세대수는 290세대이다. 2021년 기준 303세대, 426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미비하지만 세대수는 늘었지만 인구가 준 것을 통계로 알 수 있습니다. 끝 섬이다 보니 아이들 키우기에 장애가 많은 편입니다. 젊은 사람들은 아이들을 위해 육지로 이사를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취락은 섬 남쪽의 선착장에 집중해 있으며, 북쪽의 동서 해안에도 취락이 일부 분포한다.
1구 대리마을은 가거도 남쪽에 있으며 가거도항이 있는 곳이라 대부분의 주민이 이곳에 살고 있습니다. 가거도 서쪽의 섬등반도에는 2구 항리마을이 있으나 현재는 거의 쇠락한 상태입니다. 가거도 북동쪽에는 3구 대풍마을이 있는데 이곳도 쇠락하기로는 마찬가지이지만 2구 항리마을과는 달리 외지에서 낚시꾼이 많이 찾아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주민의 대부분이 어업에 종사하며, 소량의 채소류를 재배합니다. 인근 해역은 따듯한 물인 제주해류가 통과하고 있어 각종 어족이 풍부하여 황금어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주요 어획물은 멸치·전복·농어·장어 등입니다.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한반도는 해남군 진도대교 인근인데, 이순신 장군의 명량 해전이 벌어진 곳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해류의 속도가 가장 빠른 지역입니다. 교통은 목포에서 정기여객선이 운항됩니다. 풍랑이 조금만 높아지면 자주 결항하는지라 울릉도, 독도와 맞먹는 우리나라 최고의 오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거도는 위치가 위치인지라 겨울에는 한반도에서 해가 가장 늦게 집니다. 즉, 한 해의 마지막 일몰이 가장 늦게까지 남아있는 대한민국의 영토인 것입니다. 섬 주변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을 정도로 원시적이고 청정한 자연경관과 다양한 해양생물로 가득한 생물의 보고이며, 2구 항리마을이 있는 섬등반도는 명승 제117호에 지정되었습니다. 또한 가거도는 온갖 철새들의 서식처 또는 장거리 여행을 하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입니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백로가 어슬렁거리는 모습이나 마을 위로 매가 날아가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가거도를 여행하는 방법은 도보와 배를 타고 둘러보는 해상관광 두 가지가 있는데, 해상관광의 경우는 약 2~3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보통 1구 항구에서 나와 가거도 해안선을 따라 한 바퀴 도는 식인데 어지간한 가거도의 절경을 걸으면서 전부 볼 수 있습니다.
독실산 등산로와 가거도항과 대리마을을 조망할 수 있는 회룡산, 대리와 항리를 잇는 해안도로, 1구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가거도초등학교,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한 섬등반도와 가거도 등대 등이 있습니다. 섬이 그다지 큰 편이 아니므로 힘 들이지 않고 걸으면서 즐길 수 있습니다.
가거도는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과 1박 2일을 촬영한 곳입니다. 전라도 섬 지역이 다 그렇듯이 한때 염소와 소를 많이 방목했었다. 해안 절벽에는 염소들이 뛰어다니고 방목한 소들은 들판에서 풀을 뜯어먹고 바다 위 하늘에는 철새들이 날아다니는 한가로운 풍경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전라도에서도 최서남단이기에 가거도로의 항해는 당연히 먼 거리입니다. 목포항 기준으로 4시간 30분이 소요됩니다. 거리가 먼 만큼 파도도 심해 멀미 하는 사람이 많은 편이며 파도가 심한 날은 승객들이 신음소리 내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기상청 날씨 기준으로 보통 서해 먼바다 2미터 정도면 파도가 굉장히 심해 멀미가 있는 사람은 여행을 자제하는 편이 좋으며 2.5~3미터 이상이면 여객선이 뜨지 않습니다.
가거도는 두 번의 태풍으로 방파제가 크게 파손된 적이 있었습니다.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테트라포드가 공깃돌처럼 날아다녔다고 합니다. 테트라포드의 무게가 가벼운 것은 5톤 큰 것은 100톤이라고 하니 파도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태풍이 올 때마다 제주도와 함께 강풍과 폭우를 있는 대로 두들겨 맞는 섬이기도 합니다.
가거도에는 느린 우체통이 있습니다. 느린 우체통에 넣은 편지는 6개월에서 1년이 지난 뒤에 적어둔 주소로 배달이 됩니다. 한반도 끝 섬 가거도를 걷다가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나 현재의 자신이 미래의 자신에게 남긴 편지는 시간이 지난 뒤에 추억할 수 있는 것을 제공받음으로써 새로운 감동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끝 섬 가거도를 걷다 보면 지치고 말랐던 감성도 훼손되지 않은 자연으로 인해 샘솟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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