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의 평야에 솟은 '달이 나오는 산', 월출산
산에서 해가 뜨는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두 번이었습니다. 깊은 겨울 설악산에서 한번 녹음이 짙은 계절 월출산에서 한 번이었습니다. 두 번의 경험 전부 장면의 깊이가 깊습니다. 아마도 아주 늦게까지 남아있는 기억이 될 것 같습니다.
월출산은 산은 전라남도 영암군, 강진군에 위치한 산입니다. 월출산은 산 자체가 전라남도 기념물 제3호입니다. 높이는 809미터이고 노령산맥 줄기이며 소백산맥의 여맥 말단에 솟아 있습니다. 산의 면적은 56.1제곱 킬로미터입니다. 월나산, 월생산이었다가 조선시대부터 월출산이라고 불렸습니다. 월출산의 이름의 유래는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7세기 백제에서는 달나산이라 불렸으며 백제가 망한 이후 통일 신라시대에는 월나악이라 하였습니다. 월나악은 순우리말로 ‘달이 나오는 산’의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달이 나오는 산. 이름만으로도 그 산의 풍치가 느껴집니다. 신라 때부터 나라에서 제사를 지내는 장소 중에 하나였다고 하니 월출산의 기세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주봉우리는 천황봉이고 장군봉, 사자봉, 구정봉, 향로봉 등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산의 북쪽은 영산강 유역입니다.
월출산은 설악산과 함께 남쪽 지역의 대표적인 돌산으로 3대 악산으로 손꼽힙니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산들과 달리 평야에 나 홀로 웅장하게 우뚝 솟은 돌산입니다. 정상에 올라가서 사방을 보면 평야 가운데 월출산만 솟아 있습니다. 평야 가운데 있다고 그 산의 높이가 만만하거나 육산도 아닌 기암괴석의 바위산입니다. 평야에 솟은 기암괴석의 바위산에 온갖 유물이 많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 것 같습니다.
남원의 지리산, 장흥의 천관산, 부안의 능가산, 정주의 내장산과 더불어 호남의 5대 명산에 꼽힙니다. 호남의 소금강이라고도 불립니다. 이곳은 영산강과 탐진강의 지류들이 만들어지는 곳으로 그 지류가 사방으로 흘러내려서 깊은 계곡과 폭포를 곳곳에 만들고 있습니다. 산세가 매우 크고 수려하며 기암괴석과 많은 유물 유적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입니다. 1988년 6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월출산은 불교 문화재로도 유명합니다.
주봉인 천황봉은 평평한 바위, 풀밭, 기묘한 모양의 사자봉, 벼랑길, 동굴 등이 장관을 이루며 바람골에는 천황사가 있습니다. 특히 정상 가까이는 국보 제144호인 월출산마애불좌상이 큰 암벽 위에 조각되어 있습니다. 산의 정상은 평탄한 바위이며 9개의 웅덩이가 있어서 구정봉이라 부릅니다. 심한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아서 9마리의 용이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구정봉의 정확한 위치는 천황봉에서 서쪽으로 능선을 따라 약 1킬로미터 지점에 있으며 높이는 743미터이고 월출산의 제2봉우리로 금수굴을 지나 올라갑니다.
소금강이라 불리는 동쪽에 위치한 구절계곡은 공원 내에서 최고의 풍경입니다. 천태만상의 기암괴석 사이로 7단계의 폭포와 바위가 있는 칠치폭포, 구절폭포 등이 있습니다. 남서쪽으로 내려가는 미왕재 일대에는 억새가 우거져있습니다. 월출산계곡은 구정봉 남쪽에 있으며 금릉경포대라는 명소가 있습니다. 북쪽 사면의 용추폭포, 황치폭포, 대동폭포, 은천폭포, 용수폭포 등이 있습니다.
월출산의 동쪽으로는 기암괴석이 많아 풍광이 뛰어나다면 서쪽으로는 유적이 산재해 있습니다. 책굴, 돌종고개, 상대포 등입니다. 월출산 서남쪽 도갑사는 신라 문무왕 때 도선국사가 창건했습니다. 도갑사해탈문은 국보 제50호이고 도갑사석조여래좌상은 보물 제89호, 도갑사도 선수미비는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38호입니다.
월출산 남쪽에 위치한 무위사에는 국보 제13호인 무위사극락전과 보물 제507호인 무위사선각대사편광탑비 등이 있습니다. 무위사 극락전 내에 있는 아미타불삼존불과 관음보살상을 그린 벽화가 유명합니다.
월출산은 산행거리에 비하여 난이도가 있는 편입니다. 국립공원에서 배포한 자료에서도 대표적으로 어려운 코스라 표시해두고 있습니다. 설악산 공룡능선의 축소판이란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월출산은 바다 옆에 위치해 있어서 상대 높이 자체가 상당합니다. 다른 명산들은 산맥에 위치해 있어서 일정 정도의 고도에서 시작할 수 있으나 월출산은 해수면과 높이가 같은 영암군 읍내에서 출발하는 코스가 있을 정도로 바닥에서 시작합니다. 다른 코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100미터 이하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게다가 해발고도에 비하여 등산로가 짧은 편인데, 이것의 다른 말은 급하게 치고 올라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월출산은 동, 서, 남, 북 모두를 놓칠 수 없는 명산입니다. 첩첩 산줄기 위로 펼쳐지는 일출과 진홍빛으로 서쪽 바다를 물들이는 일몰의 과정은 호남의 첫 번째 장관으로 손꼽히기도 합니다. 등산로는 도갑사-정상-천황사, 금릉경포대-정상-천황사, 금릉경포대-정상-도갑사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있습니다.
2023년 9월 무위사 출발 코스를 제외하고 실제 가능한 코스는 5군데가 있습니다. 영암군에 속하는 천황사, 산성대, 도갑사, 대동제와 강진군에 속하는 경포대 출발 코스입니다. 일반적인 체력의 산객이라면 도갑사 혹은 경포대에서 출발하는 코스를 권하기도 합니다. 특히 천황봉만을 찍을 생각이라면 일단 180미터가량 차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경포대 원점회귀가 가장 좋으며 경포대 삼거리에서 약수터 쪽으로 왕복하는 게 가장 쉬운 코스입니다.
경포대 출발
시작점이 해발고도 180미터이고 천황봉까지의 거리가 2.9킬로미터입니다. 초심자에게 추천하는 코스입니다. 다만 주능선을 올라타기 전까지는 조망할 것이 없습니다. 경포대 계곡-경포대 삼거리-약수터-경포능선삼거리-통천문 아래 삼거리-구정봉-천황봉. 경포대 삼거리를 지나면 본격적인 경사가 시작되고 약수터를 지나면 급경사의 시작입니다. 통천문을 전후해서는 계단이 많은 길을 오르락내리락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정상이 나타납니다. 경포대 삼거리에서 천황봉을 두고 갈라지는 길의 두 등산로가 있습니다. 월출산의 메인 코스라고 할 수 있는 천황봉에서 바람재까지 주능선을 하거나 실질적인 2봉인 구정봉까지 찍고 원점회귀하는 코스입니다.
천황사 출발
난이도 최상입니다. 시작 고도 70미터이고 천황사 야영장에 있는 등산로 입구까지 아스팔트를 한참 올라가야 합니다. 천황사 삼거리-천황사-구름다리-사자봉-경포대능선삼거리-천황봉. 극악의 난이도인 만큼 경치가 가장 좋은 곳입니다. 사자봉은 해발 70미터를 내려 간 후에 맞이할 수 있는 봉우리입니다. 시작점이 해발 고도 70미터였는데 다시 한번 70미터로 내려갔다가 올라가야 한다는 말입니다. 경사도 급하고 바위를 타야 하는 구간도 있어서 체력 소모도 많고 위험한 구간입니다.
산성대 출발
2013년 재개방된 코스로 영암과 광암 사거리 인근 능선의 경치가 멋있는 코스입니다. 봉우리를 십여 개 오르락내리락이 반복되고 암릉 위주의 코스라 나무 그늘이 거의 없습니다. 여름철에 이곳을 찾으려면 충분한 식수 준비가 필수입니다. 월출산 둘레길인 기차묏길을 이용하면 천황사 주차장으로 연결할 수 있으므로 연계해서 계획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도갑사 출발
경사도는 다른 곳에 비해 완만한 편이나 거리가 멉니다. 억새밭으로 유명한 미왕재 코스가 중간에 있습니다. 미왕재까지는 계속 오르막이고 구정봉까지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다가 바람재까지 한참 내려와서 오르막 내리막을 또 반복하며 바위를 타다 천황봉까지 가는 것입니다.
대동재 출발
이 길은 ‘하늘 아래 첫 부처 길’이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대동재-큰골-용암사지-구정봉 구간입니다. 2023년 9월 개통했습니다. 개통 전에는 주민들이 주로 이용했던 길이라고 합니다. 저수지 임도를 지나면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됩니다. 흙길 위주라서 누구에게나 편한 길입니다. 정상인 천황봉까지는 코스도 길고 오름 내림이 많은 구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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