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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춘천 용화산, 오봉산 이어 걷기

by 힘월드 2024. 4. 28.

춘천 용화산, 오봉산 이어 걷기

춘천 용화산
춘천 용화산

 

 

 <큰 고개-용화산-고탄령-배후령-오봉산-백치고개>

 

용화산

용화산은 동서로 뻗은 아기자기한 능선과 암벽으로 이루어진 산입니다. 특히 하늘을 찌르는 듯이 솟은 용암봉을 비롯해서 곳곳에 바위봉우리들이 볼 만합니다. 발길 닿는 곳마다 바위의 연속으로 스릴 넘치는 등산로입니다. 용화산은 화천군 간동면과 하남시 춘천면과 춘천시의 경계에 솟아 있습니다. 화천군민의 명산이며 해마다 용화축전 시 산신제를 지냅니다. 용화산에는 전설이 있습니다. 이 산의 지네와 뱀이 서로 싸우다가 이긴 쪽이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산의 이름이 용화산입니다. 용화산은 바위가 많은 산임에도 불구하고 암벽 등반을 하지 않고서도 암벽 등산로를 누릴 수 있는 재미가 있습니다. 득남바위, 층계바위, 하늘벽, 만장봉, 주전자바위, 작은 비선대 등 숱한 바위들과 백운대코스, 깔딱 고개까지 이어져 있어서 바위를 오르내리는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굴곡이 많은 2킬로미터의 등산로를 따라서 만장봉 정상에 오르면 저 멀리 화천댐 파로호가 보입니다. 주변의 주전자바위, 마귀할멈바위, 장수바위 등 각가지 전설을 간직한 바위들이 기묘하게 이어져 있습니다. 특히 858봉에서 정상까지는 스릴 넘치는 바윗길 구간입니다.

 

양통마을에서 북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갈림길이 나옵니다. 산을 오르기 전에 하늘을 쳐다보면 용화산의 모습이 성큼 다가옵니다. 계곡을 낀 길을 따라가면 설악산 비선대를 닮은 암반지대를 만납니다. 정상 주능선에 있는 득남바위를 바라보며 계곡을 따라 오르면 갑자기 급경사지대가 나타납니다. 용화산 깔딱 고개라 불리는 가파른 구간입니다. 능선을 따라가면 수직절벽을 이룬 858미터 고지에 오르게 됩니다. 이곳에서는 득남바위의 뒷모습이 보이고 춘천 의암호가 그림같이 내려다보입니다. 정상에서 조망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은 바위가 많은 산이기 때문입니다. 새파란 파로호와 도봉산의 만장봉을 닮은 바위벽과 바위에 붙어 있는 분재처럼 소나무 군락 그 옆에 층계바위와 주전자바위가 펼쳐져 있는데 말 그대로 한 폭의 산수화입니다. 서쪽 능선 길에는 <용화산성>는 기념비와 300미터의 성터가 보입니다. 조망하기 좋은 곳에 자리를 잘 잡은 성이었을 것입니다.

 

오봉산

오봉산을 오르기 위해 배후령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용화산 정상에서 오봉산, 배후령까지는 7.5킬로미터입니다. 이제까지는 바위 구간을 원 없이 걸었다면 이제부터는 흙길입니다. 고탄성과 사여령 사이의 등산로는 해발 700미터로 높낮이가 비슷한 봉우리가 서너 개 있습니다. 배후령은 용화산과 사이를 잇는 해발 600미터의 고개입니다. ‘여기가 38선입니다라는 표지석이 있고 양방향으로 용화산과 오봉산의 등산로 입구가 나뉘어 있습니다.

 

오봉산은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과 화천군 간동면 경계가 있는 산입니다. 높이는 777.9미터입니다. 오봉산 주변에는 봉화산과 수리봉 등이 있습니다. 5개의 암봉이 줄지어 있어서 오봉산이라 하며, 경운산 또는 경수산, 청평산으로도 불렸습니다. 비로봉, 보현봉, 문수봉, 관음봉, 나한봉의 다섯 봉우리가 연이어서 이어져 있습니다. 산의 정상에서 산 중턱까지 급경사입니다. 남쪽 사면에서 시작한 계곡은 청평사 계곡을 이루며 소양호로 흘러듭니다. 춘천 오봉산에 있는 청평사는 규모가 작은 절이지만 제법 유명한 편입니다. 청평사가 유명하게 된 것은 매월당 김시습의 시도 한몫했다고 합니다. 소양댐 한쪽에 솟아있는 오봉산은 청평사를 품고 있으며 아기자기한 암릉을 밟을 수 있는 산입니다. 배후령에서 수직으로 180미터만 올라가면 정상입니다.

 

이번만 넘으면 다 넘을 것 같은 굴곡이 많지 않은 고개를 넘고 넘고 넘었습니다. 이거야 말로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인 것 같았습니다. 산할머니가 나타나 떡을 주든 말든 두 개의 산을 오르기 위해 집을 나선 길이었고 나의 발로 오른 산이니 나의 발로 내려가야 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당연합니다만 내가 왜 사서 고생이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언젠가 끝나겠지오늘이야 넘기겠어하는 마음으로 일행의 뒤꿈치를 따라서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선물처럼 끝이 나타난다는 거를 그간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 또 올지 모르는 곳이므로 들려오는 소리와 냄새에 민감해지기로 합니다.

 

오름짓의 시작은 계곡을 오른쪽에 둡니다. 맑은 물이 돌멩이 위를 흘러갑니다. 그것을 본 것은 소리에 고개를 돌렸기 때문입니다. 움직이는 것은 소리를 냅니다. 한 시간쯤 올라 능선에 올라섭니다. 용화산 정상석에서 돌아가며 사진도 찍고 점심도 먹습니다.

 

그리고는 계속 걷습니다. 배후령을 향하는 능선길입니다. 7.5킬로 미터라는 이정표가 있습니다. 이번만 넘으면 될 거 같은 길은 역시 공갈 능선, 이번은 넘겼으니 이번엔하고 가보면 또 공갈 능선입니다. 체력을 고갈되고 인내심도 한계에 달해서 손에 들고 있는 스틱을 내동댕이치고 시킬 즈음에 드디어 발밑에 희끄무레한 색의 아스팔트가 보입니다. 배후령입니다. 만보기에는 33890 걸음 걸었다고 붉은색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훌륭하세요오늘의 목표 걸음수를 초과 달성하셨네요. 축하합니다!’라는 친절한 문구가 함께 있습니다. 배후령 표지석 앞에서 오봉산에 오를 사람과 중간 탈출할 사람들로 나눕니다. 이왕 여기까지 온 것 오봉산으로 자연스럽게 합류합니다. 청평사 앞 막걸리와 파전이 어른거려 걸음을 서두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