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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느려서 더 행복한 섬, 신안군 증도

by 힘월드 2024. 4. 24.

느려서 행복한 섬, 신안군 증도

 

짱뚱어다리-태평염전-소금박물관-우전해변-해송숲길-낙조전망대

 

신안군은 1004개의 섬이 있습니다. 신안군은 천사 조각상을 1004개를 세우고 있다 합니다. 신안에 있는 섬에 가면 생명이 꿈틀거리고 역사가 흐르며 자연이 쉼 쉬는 낭만이 가득합니다. 신안군 증도의 태평염전은 신의도의 염전과 비금도의 대동염전 등과 함께 국내 천일염의 생산지입니다. 태평염전은 462제곱킬로미터로 서울 여의도의 두 배쯤 됩니다. 이 염전은 6.25 전쟁 직후 피란민들을 정착시키고 소금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조성됐다고 합니다. 피란민들은 원래 두 개인 섬을 제방을 쌓아 연결하고 그곳에 염전을 개발했습니다. 염전의 길이만 3킬로미터에 달하고 소금창고는 무려 67동이나 있습니다. 그 덕에 원래 시루처럼 물이 잘 빠져 시루 증()’자를 써서 증도로 불렸던 것을 거듭 증()’자를 따 면적이 불어난 증도로 이름까지 바뀌었습니다. 혹은 시루를 엎어놓은 모양이라 해서 증도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원래는 앞시루섬(전증도)과 뒷시루섬(후증도)이 서로 떨어져 있었는데 간척사업으로 하나로 연결되었다고 합니다.

 

신안은 자타 공인 염전의 고장입니다. 매년 1만 5천 톤의 천일염이 생산되는데 국내 생산의 5%에 해당합니다. 소금은 햇볕과 바다, 갯벌, 바람 같은 자연환경과 염부들의 고된 노동이 결합되어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신안은 조수간만의 차이가 크고 햇볕이 강하며 바람이 적당해 천일염 생산에 최적의 요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증도의 천일염전은 저수지(바닷물을 저장하는 곳), 증발지(햇볕으로 바닷물의 염도를 높이는 1차 증발지 난치와 2차 증발지 누테로 나뉜다), 결정지로 이루어집니다. 바닷물을 저수지에 담아 최종 소금을 생산하기까지는 대략 25일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염전을 백금밭이라 불린 적도 있지만 지금은 중국산 소금 탓에 가격 경쟁에서 밀려 폐염전이 많습니다.

 

증도는 보물선으로 먼저 세상에 이름을 알렸습니다. 신안 해저 유물이 증도에서 남쪽으로 2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에 무더기로 발견됐습니다. 1975년 어부 최형근 씨가 쳐놓은 그물에 도자기가 걸린 것이 발견의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처음에 모양이 괜찮은 것들은 개밥그릇으로 사용되기도 했답니다. 신안군은 이를 기념해 신안해저유물발굴기념비를 세웠고 바다에는 부표도 띄워 놓았습니다.

 

증도는 면적이 27.69제곱킬로미터이고 해안선 길이는 46.5킬로미터입니다. 증도에는 16개의 마을이 있고 8개의 유인도와 93개의 무인도가 있습니다. 높은 산은 없고 대체로 나지막한 구릉과 평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신안군 증도는 2007년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로 선정됐습니다. 슬로시티 선정을 위해 이탈리아 실사단이 증도를 찾았을 때 그들이 주목했던 것은 번듯한 포장도로와 건물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비닐하우스 안에 널려 있는 태양초 고추와 길거리에 널어 말리고 있는 메주콩 그리고 물질을 끝낸 잠녀들에게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증도의 전깃줄에는 제비 수 십 마리가 앉아 있어 레트로한 풍경을 연출합니다. 처마 밑에는 제비집이 흔하고 마을길에는 야생화가 즐비하게 핍니다.

 

증도는 2010년 연륙교로 육지와 연결되었지만 여전히 갯벌 섬입니다. 증도에는 펄갯벌과 모래갯벌, 혼합갯벌 등 다양한 갯벌들이 훼손되지 않고 보존되고 있습니다. 증도 갯벌은 도립 공원인 동시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면서 람사르 습지입니다. 갯벌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유일의 염생식물원 뒤로는 소금창고가 끝없이 펼쳐집니다.

 

증도대교를 건너서 태평염전에 이르면 뽀얀 대기가 온몸을 감싸고 시야가 투명해지는데 다름 아닌 소금의 빛, 소금의 아우라 때문입니다. 광활한 염전은 바둑판처럼 구획되어 있습니다. 그 선으로는 도로와 창고와 부속 시설들이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태평염전은 국내 유일의 석조 소금 창고를 리뉴얼해서 2007년 문을 열었습니다. 소금박물관에는 소나 금처럼 귀하다고 해서 소금이 됐다는 설에서부터 태평염전의 태동, 소금 종류, 염전 현황 등 소금에 관한 모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강고(어깨에 짊어지는 운반 도구) 대파, 똘비(청소 도구), 대대기(둑을 다지는 데 쓰는 도구), 뽀매(염도계) 수차 등 도구들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소금을 펼쳐놓고 그 위를 강화유리로 덮어 놓은 곳에서는 뽀얀 소금더미를 밟고 지나가는 듯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염전에서는 소금 대파질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소금밭에서 사진을 찍으면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사진을 건질 수 있습니다.

 

증도해변에는 함초(퉁퉁마디), 칠면초, 나문재, 해홍나물, 갯질경, 순비기나무 등 70 여 종의 염생 식물이 자라고 있고 갯벌에는 짱뚱어, 풀게, 농게, 백합 등 100여 종 이상의 생물들이 살고 있습니다. 생태계의 보물창고인 것입니다. 증동리 솔무등 공원 앞에서 장고리 사이 짱뚱어 다리에서 다양한 갯벌 생물들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염생 식물 군락지는 염전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공간이라고 합니다. 염생 식물 들 덕분에 더욱 질 좋은 소금을 생산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곳에서 서식하는 염생 식물은 갯벌의 염분 농도에 따라 무리 지어 있어 식물별로 특유의 색깔이 띠처럼 형성되어 있고 그 색은 계절별로 바뀐다고 합니다. 특히 5,6월의 색이 가장 환하다고 합니다. 소금 운반선이 정박했던 선착장이 있던 곳에는 물이 빠지면 소금 운반선이었던 흥창도와 질자호가 모습을 드러낸다고 합니다. 1984년까지 소금을 육지로 실어 나르던 범선이었습니다. 운반선의 역사가 궁금해졌습니다.

 

우전해수욕장은 증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백사장으로 꼽힙니다. 우전리 4킬로미터나 되는 해변에는 해송 숲이 병풍처럼 서 있습니다. 한반도를 닮은 해송 숲입니다. 예전에는 해당화가 해변 길을 덮었었다고 합니다. 해가 질 무렵이면 갯벌은 거대한 황금벌판으로 변모합니다. 짙고 옅은 노을의 농담은 섬에서 발을 떼지 못해 오래 머물게 만드는 자연의 대작입니다. 슬로시티, 갯벌도립공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람사르 습지, 국가습지보호구역,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은 신안의 증도가 가지고 있는 타이틀입니다.


도시의 여백이 하늘이라면 삶의 여백은 섬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 일. 순간, 맞닥뜨리는 그 하늘에서 느끼는 작은 감탄과 떨림들. 그 하늘을 마주 보고 있는 염전 바닥의 파란 투명함. 어깨를 누르던 것들이 사라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낯선 곳 낯선 풍경에서 만난 잘 아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 여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