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촬영지와 증도 모실길 4코스 노둣길, 화도
선과 섬을 연결하며 썰물 때만 다리가 보이는 길을 노둣길이라고 부릅니다. 최대 규모의 갯벌 공원으로 전남 신안군 증도와 화도 사이의 갯벌에 썰물 때면 노둣길이 드러납니다. 노둣길은 징검다리란 뜻으로 썰물 때 걸어서 오고 가던 길이었는데 지금은 그 길에 콘크리트가 덧씌워져서 차량도 다닐 수 있습니다. 증도와 화도 사이 노둣길은 1.2킬로미터로 하루 두 차례, 8시간씩 모습을 드러냅니다.
화도는 만조가 되면 섬의 모양이 꽃봉오리처럼 아름답고, 마을에 해당화가 많아 꽃섬이라고 불리다가 1963년에 화도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화도 노두는 보통날 밀물 때는 잠기지 않습니다. 조석간만의 차이가 큰 사리 때, 즉 음력 보름과 그믐 전후의 몇 차례 잠길 뿐입니다. 갯벌은 푹푹 빠지는 땅이기에 자갈과 큰 돌을 쌓게 되었고 그 자갈로 갯벌을 메워 길이 되었답니다. 그러다 자전거가 지나가는 길이 되었고 이어서 오토바이가, 지금은 면적을 넓혀서 자동차가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신안은 자전거 길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화도는 MBC드라마 ‘고맙습니다’를 촬영한 곳입니다. 세트장으로 사용하던 민가가 아직까지도 남아 있습니다.
화도로 가는 노두는 증도 덕정마을에서 시작하거나 돌마지를 지나서 들어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화도는 총면적이 0.15제곱킬로미터입니다. 해안선의 길이는 5.4킬로미터이고 섬의 최고 높이는 30미터이고 논이 0.13제곱킬로미터이고 밭이 0.05제곱킬로미터입니다. 수치만으로도 작은 섬이라는 것이 드러납니다. 50여 명이 조금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섬의 연안에는 간척지가 넓게 펼쳐져 있고, 북쪽은 좁고 길쭉하게 뻗어 있으며 남서쪽과 남동쪽에는 지느러미 모양의 돌출부가 있습니다. 중앙에 낮고 평평한 경지가 있어 주민들 대부분 이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화도와 노듯 길은 증도 모실길 4코스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화도를 여행할 때에는 물 때 표를 시간을 잘 맞추어야 합니다. 물때가 맞지 않으면 섬에 들어가지 못할 수가 있습니다. 물이 빠진 길 위로 걷는 사람들과 천천히 굴러가는 자전거, 자동차의 질주 풍경은 마치 광고 속 한 장면 같습니다. 갯벌에는 수많은 도요새 무리들이 퍽이나 인상적입니다. 노두에서 일출과 일몰 철새들의 군무, 낙지와 게를 잡고 굴을 따는 아낙의 모습도 빠질 수 없는 풍경입니다. 낮은 노둣길은 갯벌이 가까이서 한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물이 빠진 갯벌에는 수많은 바다 생물들의 발자국이 있습니다. 발자국 사이 작은 물길도 신비감을 더해 줍니다. 매끈한 아스팔트 양쪽으로 넓디넓은 펄이 펼쳐져 있습니다. 길 어느 곳에 서도 이국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으려 발걸음을 멈추다 보면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진회색의 갯벌뿐인데 멈추어서 그 안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마력이 있습니다. 넓은 펄에는 작은 움직임들이 분주했습니다. 콩알만 한 게들은 앞발을 들고 옆으로 걸어갑니다. 그 뒤를 다른 게가 따라갑니다.. 고동들은 진흙 위에 무늬를 만들고 게가 들어간 자리에는 몽글몽글 한 흙무더기가 생깁니다. 게들의 지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화도는 작은 섬입니다. 작은 섬에 논지도 있고 무화과 밭도 있고 닭들도 홰를 치고 있습니다. 소박하고 정겹습니다.
화도에는 아름다운 전설이 있습니다. 화도는 바위섬이었는데 옥황상제의 딸 선화공주가 이곳에 살면서 옥황상제에게 애원한 결과 기름진 땅으로 변하여 온 섬이 꽃으로 가득 찼다고 합니다. 섬의 이름도 그 전설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화도가 형성된 것은 정조 12년 (1788) 경이라고 합니다. 사람이 처음 들어온 시기는 250여 년 전 한양 조 씨였다고 합니다만 자세한 기록은 없이 전해지며 그 후 순흥 안 씨인 안혁이 신안의 비금도에서 이주하여 정착했다고 합니다.
화도를 걷는 동안 부드러운 바람과 소박한 풍광과 그에 응하는 마음이 줄 곧 함께 했습니다. 낮은 섬은 뭔가 특별한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그곳을 걷는 동안 즐거웠고 편안하고 안심이 되었습니다. 작은 것들은, 평화로운 작은 것들은 사람의 마음에 쉽게 안착하는 것 같습니다. 소박한 것, 부드러운 것, 천천히 걷는 것, 작은 몸짓, 작은 눈짓, 작은 떨림 등은 길을 걷는 여행자를 천천히 적셨던 것 같습니다. 요란스럽지 않게 그러나 깊게 말입니다. 이런 것들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서서 오랫동안 충분하게 감탄한 길이었습니다. 천천히.
섬을 한 바퀴 걸은 시간은 두 시간여지만 화도는 오랫동안 마음에 살아 있을 것 같습니다. 해당화가 활짝 핀 화도의 진면목은 볼 수 없었지만 화도는 마음속에 꽃으로 들어왔습니다. 남도에 있는 아주 작은 섬은 작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짙은 분홍색 해당화가 무더기를 이루어 바다를 향해 고개를 주억거리는 작은 섬.
물때에만 한나절 길이 열리는 섬. 두 시간이면 섬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섬.
그런 곳에 다녀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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