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는 계절, 품는 산 속리산
장각폭포-천왕봉-신선대-문장대-오송폭포-화복매표소
속리산은 충청북도 보은과 경상북도 상주시와 문경시에 걸쳐있는 산입니다. 속리산은 ‘속세로부터 떠나온 산’이라는 뜻입니다. 속리산 국립공원이며 백두대간 상에 있으며 산 동쪽은 낙동강, 남쪽은 금강, 북쪽은 한강 유역입니다. 험한 바위산으로 보이지만 등산로가 잘 다듬어져 있어 오르기는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각종 기암괴석이 즐비하여 바위의 천국이라 할 수 있으며 화강암이 다양한 모양으로 자리 잡고 있어 산을 아름답게 꾸미고 있습니다. 암릉 사이 길을 걷다 보면 기암괴석을 마주하고 자그마한 터널도 지날 수 있어 속리산의 매력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산을 오르기 전 계곡을 따라 상류에 있는 연못까지 ‘세조길’이라는 산책로도 있습니다. 속리산은 광명산, 미지산, 소금강산이라고도 불립니다. 속리산의 면적은 60평방킬로미터입니다.
속리산에는 울산바위와 비슷한 설화가 있는 바위가 있는데 걸방바위라는 곳입니다. 금강산으로 가려다가 금강산의 1만 2천 봉이 완성되었는 소식을 듣고 오도 가도 못하여 걸방바위는 속리산에 눌러앉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속리산에는 대한민국 명승 제61호로 지정된 법주사와 정2품송이 있습니다. 정2품송은 세조가 속리산으로 행차할 때 타고 있던 가마가 이 소나무 아래를 지나게 되었는데 가지가 아래로 처져있어 가지가 세조가 타고 있던 가마에 걸렸다고 합니다. 이에 세조가 ‘연 걸린다’고 하니 소나무가 가지를 위로 들어 왕이 무사히 지나가도록 했다고 합니다. 이에 세조가 이 소나무에게 정 2품의2 벼슬을 하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원래는 삿갓 또는 우산을 편 모양이었는데 1993년 강풍으로 서쪽 가지가 부러져 그 모습이 많이 상했습니다.
장각폭포는 경상북도 상주시 화북면에 위치하고 있으며 속리산의 최고봉 천왕봉에서 시작한 시냇물이 장각동 계곡에 흘러 6미터 절벽을 타고 떨어지는 폭포입니다. 높이로 알 수 있듯이 기암절벽과 오래된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곳입니다. 폭포수 떨어지는 소리를 통해 물의 깊이를 헤아릴 수 없습니다. 장각폭포는 깊고 웅장한 품새의 폭포입니다. 폭포 위에는 노송이 밑에는 향북정이 자리를 잡고 있어 산과 절벽, 폭포 등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장각폭포와 금란정은 드라마 <무인시대>, <불멸의 이순신>, <태양인>, < 이제마>,영화 <낭만자객>등에 등장했던 곳입니다.
천왕봉은 속리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로 1058미터입니다. 문장대에서 천왕봉을 바라볼 때 삼각형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법주사에서부터 오른다면 성인 남자 기준으로 3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거리입니다. 법주사에서 문장대로 오르는 길보다는 순탄한 편입니다.
문장대는 경상북도 상주시 화북면 장암리 산 33번지에 위치해 있으며 해발 1054로 속리산에서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입니다. 법주사에서 약 6킬로미터 지점에 위치해 있습니다. 본래는 구름 속에 감추어져 있다 하여 운장대로 불렸으나 세조 때 문장대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문장대는 산꼭대기에 커다란 바위가 있는 형태로 이 바위에 동시에 50명이 앉을 수 있다고 합니다.
신선대는 해발 1026미터에 위치한 바위 암벽이며 문장대에서 거리가 1.2킬로미터입니다. 한 고승이 청법대에서 불경 외는 소리를 듣고 있는데, 건너편 산봉우리 바위에 신선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고승이 황급히 청법대를 내려와 신선이 있던 곳으로 달려갔으나 그곳에는 아무도 없어 실망하고 다른 봉우리를 찾아 그 자리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 보니 여전히 10여 명의 신선들이 담소를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를 본 고승은 신선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없음을 깨닫고 신선들에게 갈 마음을 접었다고 합니다. 그 후 이곳을 신선이 놀았다는 뜻으로 신선대라고 불렀습니다. 신선대는 문장대와 천왕봉 사이를 연결합니다.
오송폭포는 바위가 층층이 쌓인 절벽 사이로 폭포가 흐릅니다. 신선대에서 발원한 계류가 만든 것이며 높이는 15미터이며 5단 또는 7단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오송폭포는 속리산 국립공원 안에 있어 찾아가기 쉽고 문장대에 오르는 가장 짧은 코스의 시작점이라 간단하게 오를 수 있는 곳입니다. 나무와 암석 사이를 흐르는 물은 가뭄에도 마르지 않습니다. 비가 온 뒤에는 층이 구별되지 않을 만큼 물줄기가 웅장합니다. 주변에는 옥양폭포, 장각폭포, 복로폭포, 쌍룡폭포 등이 있습니다.
제비가 알을 품고 꽃이 씨앗을 품는 계절입니다. 제비와 꽃잎을 떨어트리고 그 자리 새 생명을 품는 것은 어떤 기다림인지 궁금합니다. ‘품이 넉넉하다’가 떠오르는 지점입니다. 겉은 속을 드러냅니다. 어떤 사람에게 반감을 가지기보다는 왜 저런 행동을 할까를 눈여겨 살펴본다 보면 그 사람의 속을 헤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내 속을 다스리기도 어려운데 나와 다른 것들을 품어야 하는 것은 울울한 신록 정도는 되어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속리산은 품이 넓은 산이 맞습니다. 대간길이 지나가는 곳이니 산이 크고 산의 기세가 당당하니 당연 그럴 것 같습니다. 울울한 숲 속을 충분히 걷다 온 날입니다. 암릉 구간을 지나면 빛이 땅으로 떨어진 것을 볼 수 있을 만큼의 나무 터널 길을 만나곤 합니다. 그 울울한 정도가 햇살이 좋은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하늘을 막고 최소한의 빛을 통과시킨다고 느낄 만큼입니다. 충분한 나무 그늘은 젖은 머리카락과 등산복 사이의 수분을 식혀 줍니다. 나무터널을 지나면 탁 트인 전망은 터널에 닫혔던 시야를 시원하게 만듭니다. 나무터널이 지루하다 싶을 즈음 만난 뷰포인트라 갈급하는 마음입니다. 문장대에 서서 주변을 조망하는 것은 그래서 더 특별합니다. 신선들은 신선대에서 어떤 이야기들을 나누었을지 궁금합니다.
구불구불 구부러진 길이 산을 품었고 산속에 그 길이 있으니 산은 길을 품었습니다. 걷고 걸어서 그 속으로 들어갔었던 것을 떠올려봅니다. 산을 다니는, 다닐 수 있는 사람이라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품속에 있어 본 사람은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산으로 향하는 걸음이 쌓이면 쌓을수록 산을 닮을 것입니다. 흘리는 땀이 허공 속 휘발로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지점입니다. 신선이 놀았다는 산을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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