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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정오의 시간, 통영 대매물도

by 힘월드 2024. 4. 18.

정오의 시간, 통영 대매물도

 

통영 대매물도
통영 대매물도

 

대매물도는 경상남도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섬의 면적은 2.4제곱킬로미터이고 해안선의 길이는 5.5킬로미터입니다. 대매물도의 최고봉은 섬 중앙에 솟은 장군봉(210미터)입니. 통영 대매물도는 통영항에서 뱃길로 한 시간 반쯤 걸리는 곳이며 문화체육관광부의 가보고 싶은 섬으로 선정된 곳이기도 합니다. 수려한 풍관을 품고 있는 해품길이 대매물도의 자랑입니다.

 

매물도는 통영에서 남동쪽으로 19.3킬로미터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남서쪽으로는 소매물도와 등대섬이 인접해 있고 북쪽으로는 어유도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주로 대항마을과 당금 마을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거제시의 저구항이나 통영시의 한산도에서 매물도에 들어가는 배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물도에는 경상남도 기념물 제214호로 지정된 후박나무가 있습니다.

 

후박나무는 주로 해안을 따라 자라며 나무의 껍질은 약재로 쓰인다고 합니다. 나무가 웅장하고 아름답습니다.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용으로 많이 심어지고 있습니다. 매물도 후박나무는 300년 정도부터 심어졌다고 추정됩니다. 후박나무는 마을을 지켜주고 보호해 주는 당산목으로 섬겨졌습니다. 매물도는 섬의 모양이 말의 형상을 닮아 마미도라고 불렸다가 경상도 발음으로 매물도라고 불리게 되었다는 것과 강한 해풍과 비옥하지 못한 농지에 메밀을 많이 심어 매물도라고도 한답니다.

 

매물도 트레킹 코스는 당금항- 발전소- 전망대 –폐교 앞-동백터널 숲길-홍도전망대-갈림길-장군봉-등대전망대-대항마을-당금 마을-홍도전망대-갈림길-장군봉-등대전망대-대항마을- 선착장까지 7.2킬로미터 3시간 30분 정도의 거리입니다. 매물도 트레킹 코스 중 가장 긴 거리입니다. 

 

매물도에서 정오의 시간을 살다왔습니다.

정오는 정수리 위 햇살 에너지가 가득한 시간입니다.

매물도 햇살은 세상을 밝히느라 그림자를 만드는 일 따위는 염두에도 없어 보였답니다.

 

바닷물을 건너 육지에서 떨어진 곳에 도착했습니다.

하늘과 바다는 가로선에서 길게 만나고 있었습니다.

하늘의 구름이 그림자가 되어 바다색을 군데군데 변화시키고

바다의 푸른 빛깔이 하늘로 스며들어서인지 가로선의 그 경계가 무색해 보였습니다.

하늘과 바다 사이에 끼인 배를 타고 그 섬에 첫발을 딛었습니다.

 

허리 굽은 촌로가 동그랗게 말린 머릿결을 쓰다듬더니 바지춤을 올리며 언덕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언덕에는 집들이 있었습니다. 당금마을이었습니다. 지붕의 원색들은 파란 하늘 배경과 썩 잘 어울렸습니다.

길 밑에 낮은 지붕의 집.

낮은 담장을 기웃거렸더니 항아리들이 뚜껑 위로 돌멩이를 인 채 집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바람 때문일 것 같았습니다.

허리를 말아 배를 깔고 둥그렇게 누워 햇살 아래 있는 누렁이는 집 나간 주인장을 기다리고 있는지 여러 번 불러도

두어 번 귀만 까닥거릴 뿐 나그네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바닥에 그려진 파란색 선을 따라 걸어왔으니 방문객이 많은 곳이 분명했습니다.

방문객에 심드렁한 개를 보다가 가던 길 가기로 했습니다.

 

그 섬은 고요하고 쓸쓸했습니다.

고요하다고 쓸쓸하지는 않을 터인데 빛이 강렬해도 쓸쓸했습니다.

그 섬의 공기를 들여 마셨습니다.

쓸쓸한데 고요하더니 편안해졌습니다.

물살이 없는 물에 몸을 눕힌 것 같았습니다.

발 밑에 흐르는 물살은, 가랑이 사이로 밀린 이불을 끌어다 덮듯이 금방 몸을 덮어 버렸습니다.

왠지 나는 매물도에 산 적이 있었던 사람 같았습니다.

바람이 잦은 바닷가는 바깥 것들도 넉넉하게 품나 보았습니다.

 

섬의 것들은 작았습니다.

꽃이 그랬고, 나무가 그랬고, 집이 그랬습니다.

작아서 예쁘고 작아서 아펐습니다.

작고 낮은 것들에게서 큰 바람을 보았습니다.

자기주장이 강한 선명한 색깔에서 거칠 것 없었던 햇살을 보았습니다.

노란 꽃잎이 그림자 없이 오롯이 빛나며 길 한편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새끼손톱보다도 훨씬 작은 꽃봉오리가

나그네의 눈길을 끌어당겼습니다.

꽃이름을 알려주는 앱을 켜서 일부러 이름을 알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바닥에 엎드려 있는 작은 것들을 피해 작은 것들 사이에 앉았습니다.

그러다 양팔을 머리 뒤로 깍지를 낀 채 손등을 베고 누웠습니다.

섬의 봄바람이 머리카락을 흔들었습니다.

머리카락 한 올이 얼굴에 흘러내려 흔들렸습니다.

연인의 손끝처럼 다정했습니다.

눈을 감고 내 인생의 정오의 시간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그림자가 없었던 시간이 있었나를 더듬어 보았습니다.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하루쯤이라도 자보고 싶은 섬이라고 입 속에서 중얼거려 보았습니다.

매물도는 백팩킹의 성지 중 하나라고 하니 지나왔던 폐교에서 하루쯤 묵는 것도 근사한 일일 것 같았습니다.

감았던 눈을 뜨니 눈앞에서 해가 빛나고 있었습니다.

지금이 정오의 시간이구나했습니다.

 

 

황혼에 자기 그림자가 제일 길다고 합니다.

섬을 한 바퀴 도니 해가 지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대나무숲길, 전망대에서 보았던 끝없이 짙푸른 바다, 섬을 돌고 돌던 오솔길, 바위 구간 등.

하루 만에 혹은 서 너 시간 만에 걸은 길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양했습니다.

공기는 고요했는데 길은 역동적이었습니다.

뉘엿뉘엿 해가 지는 풍경 속,

앞서 걷는 사람의 그림자를 통해 길어진 내 그림자를 더듬고 있는 상상이라니.

스산한 바람이 한 줄기 지나갔습니다.

  

3백 년을 넘게 그 섬에서 살고 있다는 후박나무가 배를 타고 그 섬을 떠나는 우리들 등 뒤에서 사방으로 잘 뻗은 나뭇가지를 흔들었습니다우리를 보고 손을 흔들던 후박나무는 군대 간 아들의 안위를 걱정하며 머리를 조아리던 어미를 보았을 것이고 풍랑에 배를 타고 나간 바깥양반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아낙의 간절한 심정도 보았을 것입니다지금은 여행객의 마음을 쓰다듬고 있었습니다. 흔들리는 나무를 향해 손을 흔들었습니다후박나무는 기념물로 지정되었다고 하니 사람들의 보살핌을 잘 받을 것입니다. 참 다행이다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