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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충북 단양 도락산, 신선인 날

by 힘월드 2024. 4. 16.

충북 단양 도락산, 신선인 날

 

충북 단양 도락산
충북 단양 도락산

 

<상선암주차장-제봉-도락산삼거리-신선봉-도락산정상-채운봉-검봉-큰 선바위-작은 선바위-상선암>

 

도락산은 충청북도 단양군 단성면 가산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높이는 964미터이다. 소백산과 월악산의 중간쯤에 형성된 바위산으로 일부가 월악산 국립공원에 포함되어 있다. 산의 이름은 우암 송시열이 깨달음을 얻는 데는 그 나름대로 길이 있어야 하고 또한  즐거움이 함께해야 한다.”는 뜻으로 산 이름을 도락산이라 지었다. 산을 끼고 북으로는 사인암이 서로는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 등 이른바 단양 8경의 4 경이 인접해 있으므로 주변 경관이 아름답다. 도락산에는 대표 탐방 코스가 3곳이 있다. 도락산에서 제봉 코스, 도락산에서 채운봉 코스, 그리고 내궁기 코스로 3곳 모두 도락산의 빼어난 경관을 경험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중에서도 제봉코스는 도락산 주변의 자연경관을 가장 넓게 조망할 수 있는 곳이며 탐방로 중간중간에 아름다운 소나무와 기암괴석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우리는 도락산 제봉과 채운봉으로 향했다.

 

 

도락산과의 첫 만남은 너무 높지 않아 보였고 산봉우리가 울타리 마냥 주변을 감싸고 있어서 조용했다

등산객도 많지 않아 한적함이 더 배가되었다.

요란하게 치장하거나 인공적인 꾸밈은 전혀 없는 곳이었다.

드러내지 않는 크기의 봉우리들이 단아함으로 여겨질 수 있도록 조화로웠다.

날것, 소박함이 가장 밑바닥의 마음을 깊게 흔들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964M의 제법 높은 산봉우리니, 시작부터 가파른 깔딱 이었다.

주차장에서 볼 때는 그저 올망졸망한 봉우리 같았는데 막상 시작부터 만만하지 않았다.

날씨마저 평상시 보다 더워서인지 땀방울은 금세 맺혔고 숨은 벌써 턱까지 차올랐다.

경사가 가파르면 좋은 점 한 가지.

얼마 오르지 않아도 풍광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 많이 오르지 않고도 뒤돌아서서 본 풍광은 마침 불어오는 바람이 눈썹을 간질이며 동공을 확대시켰다

주변은 모두 산, 산뿐이었다.

맞은편의 산등성이에는 대여섯 가구가 살고 있었다.

굽이굽이 비단을 깔아놓은 듯 한, 혹은 가르마 같은 길들이 파랗고 붉은색 지붕들을 연결하고 있었다.

알프스소녀 하이디에 나옴직한 푸른 초원을 마당삼은 집들이었다.

손을 뻗어서 마주하고 있는 파란색 지붕집 대문을 벌컥 열면

양 갈래 머리를 한 하이디 닮은 꼬마 여자아이가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을지도 모르겠다.

실없는 상상이었다. 그만큼 앞산은 가까웠다.

 

바위를 타고 오르고 올랐다. 그 길에는 소나무들이 크기와 모양을 달리하면서 서있었다.

서울의 북한산과 닮은 산이라고 옆 사람이 말했다.

북한산보다 바위가 많으면 많았지 덜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북한산보다는 단지 바위의 규모가 좀 작았을 뿐이었다.

도락산의 소나무들은 바위와 한 몸처럼 보였고 여러 곳에서 심심치 않게 나타났다.

바위덩어리가 완전히 나무뿌리가 된 듯 한 모습도 있었고,

옆으로 누운 소나무는 비바람을 피해 바위를 끌어안고 있는 것 같았다.

바위는 소나무의 생존을 위해 기꺼이 옆구리를 내놓은 모습이었다.

바위와 소나무가 한 몸처럼 엉켜 있는 모습도 있었고,

바위에서 소나무가 뿌리를 드러내 놓고 자라고 있었다.

나무 가지끼리의 연리지도 아니고 성질이 다른 바위와 소나무의 연결이라니,라고, 생각되었다.

바위와 소나무가 눈앞에 보이는 조화를 이루어내고자 얼마나 많은 것들을 양보하고 교류하며 참아내야 했을까 생각하니 그저 경이롭기만 했다.

 

도락산의 소나무들은 높은 곳에서도 잘 자라고 있었다.

높은 곳의 나무들은 비바람을 온몸으로 마주치기 때문에 역경이 많을 것이었다.

높은 산, 바람이 많은 곳에 오르면 가지가 한 방향으로 자란 것을 보고 바람의 방향을 실감하곤 했다.

가지가 바람이 불어오는 고난을 피해 한쪽으로 향해 있거나,

납죽 엎드려 자신을 최대한 낮추어 소나무의 기품은커녕 볼품없이 까칠한 채로 생존하는 것이 보통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도락산의 소나무들은 잘 가꿔진 정원수 소나무 못지않게 번듯했다.

지형적으로 풍파가 적고 바위산임에도 불구하고 비옥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바위산의 비옥함. 성질 상 맞지 않은 조합이지만 도락산에는 존재하고 있었다.

 

 

신선봉에서 도락산이 줄 수 있는 백미 중 또 하나를 누렸다.

탁 트인 산등성이를 차지하고 있는 너럭바위에 누워 봄볕이 주는 따가움은 아랑곳없이 온몸으로 봄바람을 마주했다.

바람에 온몸이 실리니 겨우내 묵었던 군내 나는 마음의 찌꺼기들이 먼지처럼 날아가 버렸다.

문득 바위와 소나무의 연결이 문신처럼 마음에 새겨졌다.

 

본격적인 하산이 시작되었다. 수를 셀 수도 없는 바위 봉우리를 넘어야 했다.

이 봉우리를 지나면 끝나겠지, 아니었다.

곤두막치는 내리막이 보여 이 길만 내려가면 끝이겠지, 공갈 봉에 또 속았다.

에궁. 이번도 아니네, 봉우리가 또 있었다.

도락산 시작점에서 보았던 우리를 둘러싸던 단아한 봉우리들이 계속 나타났다.

어찌, 내려가긴 가는 건가, 끝은 있겠지 싶었다.

후들거리는 다리품도 쉴 겸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른쪽에는 바위와 소나무가 조화를 이룬 진경산수화가 배경으로 그려져 있었고

왼쪽에는 언덕 같은 올망졸망 작은 봉우리들이 줄을 맞추며 고도를 낮추어 내려가고 있다.

하산 길까지도 도락산의 풍경은 놓칠 것이 없구나, 싶었다.

우리네 인생도 저 능선의 낮아짐처럼 한 번에 내려서지는 않겠지 싶었다.

고비마다 고개마다 발악처럼 자신을 세우고 다지다 보면

결국에는 성질이 다른 바위와 소나무가 만나지는 것처럼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도락산에 오르니, 도인이 되는 듯한 착각도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