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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쪽빛은 숨은 비경 영덕 블루로드, 바다를 품은 날

by 힘월드 2024. 4. 12.

쪽빛의 숨은 비경 영덕 블루로드, 바다를 품은 날

영덕 블루로드
영덕 블루로드

<창포말등대-대탄리 오보리해수욕장-블루로드 전망대-해안 암릉트레킹-경정항- 원조대게마을-말미산-축산항-축산항등대>

 

오렌지 빛으로 세상을 밝히는 순간을 눈으로 확인할  있는 해돋이를 봤으면 좋겠고
맑고 화창한 날씨여서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바닷가를 산책하기 좋았으면 좋겠고,
갑자기 몸을 부풀린 파도에 못 이기는    빠져보는 소소한 재미도 있었으면 좋겠고
땀에 절은 겨드랑이를 말려줄 시원한 바람도 적절하게 불었으면 좋겠고
비릿한 바다냄새가 깨끗한 향기로 우리 몸으로 스며들었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함께하는 일행들과 무탈하고 안전하게 바닷바람에 세탁된 맘으로 당당하게 일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은 승용차는 도심의 짙은 어둠을 가르며 영덕으로 향했습니다.

깜빡 잠에 눈을 떠보니 햇귀로 어둠이 벗겨지기 시작한 바다가 어느덧 성큼 다가와 있었습니다.
버스 창으로 펼쳐진 바다에는 고기잡이배가 흰 줄을 그으며 달리고 있었습니다.
내가 탄 승용차와 고깃배는 본의 아니게 달리기 시합을 시작했습니다.

어선을 오른쪽 어깨 옆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평행선처럼 달리던 긴장감도 잠깐이고 우리들이 탄 차가 앞서기 시작했습니다.
배를 견제하던 눈빛은 점점 오른쪽으로 꺾어지는 머리에서 안달을 부려보지만 
고개는 더 이상 돌려지지 않았고 배는 슬그머니 눈앞에서 사라졌습니다

창포말 등대에 도착하니 해는  특유의 오렌지 빛으로 구름 속에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구름으로 가로 줄무늬를 그리긴 했지만 비교적 양호한 해돋이였습니다.
바닷가 산책하기 좋은 날씨일 것 같았습니다. 아침 식사 후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했습니다.

바다는 얌전했습니다
품고 있는 많은 생명들이 아직은 아침잠을 자는 시간이어서 일까요
새벽하늘과 바다는 수평선을 중심으로 한 쌍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하늘에는 하얀 낮달처럼 은은한 빛을 아침 해가 뿌리고 있었고,
수평선   낮달 같은 빛을 받은 바다는 같은 색으로 해변으로 닿는 바닷길을 
흐트러진 듯한 직선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길에는 유리같이 반짝이는 빛이 연신 눈에 얼씬거렸습니다
기량이 뛰어난 피아니스트의 잔잔한 피아노 소리에 맞추어 출렁이는 듯 보였습니다.
늦잠을 즐기는 고깃배가 한가로이 몸을 맡긴   가운데서 흔들거리고 있었습니다.
나의 오른쪽으로 펼쳐진 아침 풍경이었습니다.

오보리해수욕장 도착 했습니다.
파도는 연신 하얀 거품을 모래사장 위에 뿌려 놓고 있었습니다.
모래 속으로 스며들어 사라지는 물기에도 아랑곳없이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거품을 연신 만들어 내고 있었습니다.

2004 볼프강 페터슨감독의 영화 <트로이>에서 인간과 신의 피가 흐르는 아킬레우스 역을 맡은 

브레드 피트는 정오의 햇살을 닮은 눈빛과 끓어오르는 목소리로 선언하듯 말한다.
신들은 인간을 질투한다인간은 반드시 죽기 때문이다인간들의 삶은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것이다라고
그리고 그는 명예로운 죽음을 향해 전쟁터로 뚜벅뚜벅 걸어 나간다.

 

아킬레우스의 목소리가 어른 거렸습니다.
우린 파도 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에너지를 모아 힘차고 당당한 파도를 만들어 어느 지점에서는 무엇이든 삼킬 듯한 
호기로움에 취해 있다가도 결국에는 모래사장 위의 거품으로 모래 속으로 스며드는... 존재.
하나의 파도는 하나의 주기로 스러져도 넓디넓은 바다에는 다양한 힘과 모양을 가진 

또 다른 파도가 또 다른 주기를 만들어 새로이 채워져 있었고 끊임없었습니다.

해변을 끼고 걸었습니다.
산에서 만나는 야생화와는 같은  다른 꽃들이 해변  산길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보라색 엉겅퀴는 제법 강렬하여 자기주장이 강해 보였습니다. 엉겅퀴가 어떻든 벌은 꽃 주변을 멤 돌면서 연신 작업 중이었습니다.
처음 보는 노란색 엉겅퀴. 왠지 엉겅퀴 말고 다른 이름이 있을 법하였습니다
바닥, 이름을 알 수 없는 꽃이  자리에는 살집이 실한 파리들이 떼 지어있었습니다.
해변에서 제일 많이 만난 풀이었습니다
마른 줄기가 꽃이 피었었다는 흔적만을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꽃이 어떤 색과 모양이었을지... 군락을 이룰  어땠을지가 궁금했습니다.
해변 가까운 곳에 해당화가 보랏빛과 분홍빛의 중간쯤의 색으로 장미인척 하며 바다를 향해 꽃잎을 활짝 열고 있었습니다

축산항 등대에 올라 360 빙 돌아 바다와 조그만 어촌을 조망함으로 영덕트레킹을 마무리했습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행위는 가끔씩 묵은 체증을 시원하게 배설하는 느낌을 주곤 했습니다. 그 비워진 자리에 파란색이 채워졌습니다

복잡한 지하철  사람의 몸짓에 거슬려하기보다  디딜   발짝 내어주는 여유와 
상처받아 웅크리고 누워있는 그동안 알고 지내던 주변 사람에게 편히 쉬라고 기꺼이 무릎을
내어주는 나를 발견한다면...... 혹시 오늘 만난 바다가 떠오르지는 않을까 싶었습니다

 

블루로드라는 이름이 맞춤인 코스였습니다.

바닷물이 너무 깨끗하여 블루였고 그 바다를 내려다보는 하늘이 블루였고

그 블루를 가득 담고 왔으니 말입니다.

동해바다를 오른쪽에 두고 숲길을 바윗길을 모래사장을 나무 덱을 도로를 걸었습니다.

해안절벽을 따라 오르내렸습니다. 덱으로 파고드는 파도를 피해보다 슬쩍 어깨를 들여 밀어 보기도 했습니다. 오른쪽 어깨 위에 하얀 흔적은 아마도 소금일 것입니다. 영덕 블루로드를 걸은 흔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