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매산 철쭉 산행, 반영한 날
<장박리떡갈재-전망대-황매산-암봉-황매평전-베틀굴-모산재-돛대바위-모산재주차장>
황매산은 경상남도 합천군 가회면, 대병면과, 산청군 차황면 경계에 있는 산입니다. 소백산맥에 솟아 있으며 높이는 1,113미터입니다. 가야산과 더불어 합천을 대표하는 산이며 합천 8경 가운데 제8경에 속합니다. ‘신령스러운 바위산’이란 뜻의 영암산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기암괴석으로 형성된 아름다운 바위산이면서도 주능선은 풍화작용으로 인해 넓은 평지라 흙이 두텁게 깔려 있어 숲이 우거져 있습니다. 남북방향으로 능선이 뻗어 있으며 남쪽 능선에는 이검이 고개와 천황재가 있고 북쪽 능선에는 떡갈재가 있습니다. 합천호에 하봉, 중봉, 상봉의 산 그림자가 비치면 세 송이 매화꽃이 물에 잠긴 것 같다고 하여 수중매라는 별칭도 있습니다.
황매산의 조선의 태조 이성계의 건국을 도운 무학대사의 어머니와 연관된 전설이 있습니다. 황매산은 뱀, 칡, 가시가 없는 삼무의 산으로 불리는데 이는 무학대사의 어머니가 수도승 시절 무학대사를 산을 왕래하며 수발하다가 뱀에 놀라 넘어지면서 칡넝쿨에 걸리고 땅가시에 긁혀 상처 난 발을 보고 무학대사가 100일 기도를 드렸기 때문이랍니다.
황매산은 2012년 CNN이 선정한 ‘한국에서 가봐야 할 명소 50선’에 선정되었답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2015년 산림청에서 한국 야생화 군락지 100대 명소로도 선정되었답니다. 얼레지, 노랑각시, 붓꽃, 노랑제비꽃, 뱀딸기꽃, 양지꽃, 민들레, 개별꽃 등이 있다. 해발 800미터에서 900미터 사이에, 봄에는 해발 철쭉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당기고 가을에는 억새군락지로 그 장관을 이룬다고 합니다.
4월 중순이 지나면 벚꽃이 지나가고 철쭉이 찾아오기 시작합니다. 황매산은 소백산과 바래봉 등과 함께 철쭉 3대 명산으로 꼽히며 전국 최대 규모의 철쭉 군락지입니다. 전국에 철쭉 명소가 많은데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곳이 황매산입니다. 합천군에서는 황매산 철쭉 군락지 철쭉의 개화 상황을 4월 5일부터 매일 공유하고 있습니다.
빛이 반사하여 비침. 반사하여 비치는 그림자.
다른 것에 영향을 받아 어떤 현상이 나타남.
이런 것들을 우리는 반영이라 합니다.
황매산을 찾은 날은 하루 종일 반영한 날이었습니다.
반영에는 글자의 뜻 그대로 무엇과 무엇이 영향을 주고받는 것입니다.
황매산의 능선이 그 역할을, 반영을 하는 기준이었답니다.
가로로 긴 능선은 하늘과 분홍빛이 섞인 신록을 둘로 갈랐답니다.
갈라진 그들은 능선을 기준으로 서로가 서로를 맞추려고 의식하는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전날에 내린 비 덕분인지 아주 보통 우리가 말하는 먼지 한 점 없는 맑은 날이었습니다.
맑디 맑은 하늘에는 구름이 흘러가고 있었는데, 위치가 변하여 구름이 흐르는 것을 감지하는 그런 것 말고 눈으로 볼 수 있을 만큼 역동적이었습니다.
하늘을 흐르는 구름은 땅에 그림자를 남겼습니다.
봉우리에서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며 조망하는데 신록에 덮은 드문드문한 거뭇한 무더기가 보였습니다.
저 거뭇한 것은 무엇인가 싶었습니다.
수종이 다른 것이 뭉쳐있나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올라 능선에 서서 산 전체와 하늘과 땅을 바라보았더니 그것은 구름의 그림자였습니다.
하늘의 구름이 신록 위에 그림자를 만들어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하늘과 산의 배경과 색은 달랐지만 구름은 서로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가끔은 멀리서 크게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멀리서 볼 때 더 잘 보이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구름은, 신록의 땅이 거울인양 자신의 모습을 새기고 있는 것 까지도 보였으니 말입니다.
그것들의 반영이 가능한 것은 아마도 더 높은 곳에 있는 태양 때문일 것이었습니다.
하늘은 사람이 땅에서 위로 올려다볼 때 보이는 곳으로 정의되는 것입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하늘을 봐 왔지만 하늘은 원래 없다고 합니다.
혹은 정의가 어렵다고 합니다.
하늘의 색은 빛의 산란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늘이 파란 이유는 태양빛이 대기 중을 통과하면서 짧은 파장의 빛이 더 많이 산란되는데 푸른빛의 띠는 이 짧은 파장의 빛을 우리의 눈은 그것을 푸른빛으로 읽어내는 것입니다.
푸르름을 한껏 담을 수 있는 눈이 맑은 날이었답니다.
황매산으로 철쭉을 보러 간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철쭉이 만발하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었습니다.
철쭉의 군락도 산을 빛냈지만 평전이 주는 넉넉함에 또한 감탄하였습니다.
도시에 사는 우리들의 시야는 늘 막혀있습니다. 그 시야의 장애물은 건물이 대부분입니다.
갇혀 지내던 시야가 트이니 마음도 트였습니다.
주먹바위, 에얼리언 바위, 프란다스의 개 바위, 권총 바위, 되 바위, 장군 바위, 차 바위, 용 바위, 코끼리 바위 등은 오솔길 굽이굽이 걷다가 암릉에서 만났던 바위들이었습니다. 두터운 흙길이 주는 편안함, 넓은 평전의 시원함, 아기자기한 모양의 바위들 황매산은 100대 명산에 속할 이유가 충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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