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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오르고 오르고 또 오르고 쉰움산, 두타산, 무릉계곡

by 힘월드 2024. 4. 21.

오르고 오르고 또 오르고 쉰움산, 두타산, 무릉계곡

 

두타산
두타산

<천은사-쉰움산-두타산-무릉계곡-삼화사주차장>

 

쉰움삼의 백미는 바위 암반에 위에 있는 오십 개의 우물입니다. 돌우물은 바위 암반이 풍화되면서 만들어진 크고 작은 구멍입니다. 작은 것은 밥그릇 만하기도 어떤 것은 세숫대야 크기만 합니다. 쉰움산 천은사에서 <제왕운기>를 이승휴가 머물렀다고 합니다. 고려 충렬왕 때 이승휴가 이 산에서 은둔생활을 하면서 험준한 지형을 이용하여 두타산성을 구축했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쉰움산은 산의 풍치와 계곡의 아름다움 그리고 산기슭의 사찰까지 두루 갖추고 있는 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쉰움산은 강원도 삼척시 미로면 하거노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삼척시 동쪽 15킬로미터 지점의 명산인 두타산의 북동쪽에 솟은 한 봉우리입니다. 이 산은 무속의 성지라고 합니다. 산 곳곳에는 치성을 들이는 제단, 돌탑 등이 즐비합니다. 산제당이 있어 기우제를 지냈다고 합니다. 즐비한 재단과 정상 오십여 개의 우물은 쉰움산을 독특하고 특별한 장소로 보입니다.

 

두타산은 강원도 동해시 삼화동과 삼척시 하장면, 미로면에, 걸쳐 있는 산입니다. 두타산은 부처가 누워있는 형상으로 속세의 번뇌를 떨치고 불도 수행을 닦는다는 뜻으로 그 이름이 유래합니다. 태백산맥의 동단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박달령을 사이에 두고 청옥산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삼척 지방의 영적인 어미산으로 숭상되었습니다. 높이는 1,357미터입니다. 두타산의 동쪽으로 동해를 굽어보고 있습니다. 두타산의 산세는 정상부가 첨봉을 이루고 주변은 급경사여서 날렵합니다. 남동쪽 기슭에 발원한 하천은 골지천과 합류하여 한강 상류가 됩니다. 두타산의 북쪽 능선에는 잣나무가 울창하고 수령이 오래된 소나무가 무성하여 하나의 산수화 같습니다. 동쪽이 낮고 서쪽이 높은 지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무릉계곡은 두타산과 청옥산, 고적대에서 발원한 계류가 흐르는 골짜기로 호암소에서 용추폭포까지 약 4킬로미터의 계곡입니다. 풍경이 뛰어나 소금강이라 불립니다.  이승휴 또는 조선시대 삼척부사 김효원에 의해 무릉계곡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고 합니다. 신선이 사는 곳처럼 아름답다는 의미입니다. 무릉계곡은 1,500여 평의 무릉반석을 중심으로 두타산성과 삼화사 등의 유적이 있습니다. 

 

힘들고 어려울지 알면서도 걸어 들어가는 것. 사라질 줄 알면서도 꽃밭을 가꾸는 일. 결국 품을 떠날 것을 알면서도 키우는 것 등은 ‘사랑을 은유할 때 쓰는 말들입니다. 역경이 기다려 그 여정이 험할 줄 알면서도 걸어 들어가고 시간이 흘러 결국에는 사라질 줄 알면서도 대상을 가꾼다, 그 마음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습니다.

 

두타산 산행에 임하는 자세가 그랬습니다. 뻔히 알면서도 걸어 들어가기였습니다. 두타산은 만만하지 않다는 경험 많은 주변 사람들의 증언 등 셀 수 없이 많은 핑곗거리가 있음에도 기꺼이 그 속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각오는 했지만 진한 땀의 소금기로 등산복에 흰 얼룩을 지도를 만들었고 스틱의 무게가 천근만근인 듯 쉬이 앞으로 나가지 못했습니다. 산행 초입에서 들리던 동행자의 말처럼 정상까지 계속쭉 올라가기만 하는 산행이었습니다. 첨봉이라 하더니만 산행에서 흔히 만나는 내리막 오르막의 굴곡 없이 끝이 뾰족한 산이 맞았습니다. 천삼백고지가 넘는 깊고 높은 산을 바닥에서부터 오른 것 같았습니다. 높은 산들 중에는 해발 700이나 800 쯤에서 시작하는 경우도 있는데 두타산은 바닥부터 차근차근 걸어야 했습니다.

 

산행 초입 천은사에서 맞이한 나무들의 품새는 그 산의 역사를 가늠하게 했습니다. 느티나무들이 보호수처럼 절 근처에 제법 많았습니다. 나무들은 이름표를 달고 있었습니다. 1982년에 250년이 됐다는 이름표였습니다. 거기에 대충 40년 이상은 더해줘야 하니 초입에 서 있던 나무들의 현재 나이는 300년이 넘었습니다. 300년 가까운 시간을 한 장소에 서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한 두 그루가 아니고 여러 그루였습니다. 두타산은 나무가 오랜 세월 버티기 좋은 환경인 것 같았습니다. 나무의 품새에 감탄하며 눈과 마음을 호강하고는 계속 오름짓을 했습니다.

 

오르고 오르고 또 올라서 쉰움산에 도착했습니다. 발아래 울울한 녹음이 한창이었습니다. 나무에게는 좋은 때인 것 같았습니다. 주변을 휘돌아 감싸고 있는 산을 바라보며 청년기의 정점을 향해가는 이제 막 청년이 된 나무들 그 속을 지나왔던 것을 확인했습니다. 좋은 기운을 듬뿍 받았을 것 같았습니다. 두타산 정상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다시 오르고 오르고 또 올랐습니다. 점심을 먹었기 때문이었을까요. 시작보다 몸은 더 무거워졌습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길이었습니다. 내 옆을 스쳐 내려가는 발이 빠른 등산객에게 하산길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물었습니다. 아직도 한 시간 이상은 더 가야 한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다리 힘이 확 풀렸습니다. 그러나 알면서도 시작한 산길이었고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산행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마음을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 빨리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자, 그냥 걷자, 걸으면 나타나겠지 하며 터덜터덜 걸었습니다. 삼화사가 보였습니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도 건넜습니다. 끝이 보인다는 의미였습니다. 가고자 하는 곳에 갔었습니다. 오른 만큼 내려가야 했습니다. ‘오르고 오르고 오르고내려가고 내려가고 내려가’ 고가 되었습니다.

 

알면서 들어가는 일은 이런 것이구나,를 생각했습니다. 머리로 아는 것을 몸이 알도록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경험이 내 몸의 세포로 자리 잡게 되는 일이었습니다. 험한 산을 오르는 세포는 아마도 천은사에서 만났던 느티나무를 닮았을 것 같았습니다. 300년을 한 자리를 지키듯 두타산과 쉰움산을 올랐던 경험은 내게 살아있을 것 같았습니다. 험지인지 알면서도 그 일을 기꺼이 해낼 줄 아는 세포 하나가 내게 자리 잡았다고 생각하니 어깨가 든든해졌습니다.

 

걸어왔던 길을 뒤 돌아보니 왜 무릉이라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물은 맑았고 계곡에서 다리 품을 쉬는 사람들의 얼굴은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소나무와 계곡이 어우러진 진경산수화 같은 산이었습니다. 무릉은 신선이 아닌 이상 진한 땀방울을 흘리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무릉을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산행 시작할 때 어려운 산이라는 것을 듣고는 머리로 알아서 어떻게 걷지 했는데 그 속을 걸어 들어갔다가 나오니 산이 주는 풍광은 더 말할 나위 없이 좋았고 해낸다는 건 이런 거였지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