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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빛이 나는 것들, 강화도 해명산, 낙가산, 상봉산

by 힘월드 2024. 4. 9.

빛이 나는 것들, 강화도 해명산, 낙가산, 상봉산

 

석모도 해명산
석모도 해명산

 

어떤 사물이 빛난다는 것은,

무엇인가가 그것을 비추고 있다는 것입니다.

 

강화도 해명산, 낙가산,상봉산을 다녀왔습니다. 낙가산은 보문사와 마애석불이 새겨진 눈썹바위를 품고 있는 산입니다. 눈썹바위 위 정상 너럭바위에서 보는 낙조가 유명한 곳입니다. 보문사의 해수관음상은 다른 두 곳과 달리 바위에 새겨져 있습니다. 보문사의 마애석불 해수관음상은 강원도 양양의 낙산사의 해수관음상과 해남 금산 보리암의 해수관음과 더불어 3대 관음도량입니다. 해명산은 석모도의 주능선을 이루는 산으로 서해 낙조 길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날씨가 좋으니 기억에 남을 낙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이른 새벽 출발했습니다.

 

<전득이재-해명산-낙가산-절고개-상봉산-한가라지고개>

 

강화대교와 석모대교를 건너 산행 출발지에 도착했습니다. 강화대교는 1969년에 완공되었다 노후되어서1997년에 재시공되었습니다. 석모대교는 20176월에 정식 개통되었습니다. 다리가 개통되기 전에는 배에 운송시설과 사람을 태우고 바다를 건너던 곳이었습니다. 보문사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외포항에서 여객선을 타야 했던 곳이었습니다. 여객선을 타려면 시간을 맞추어야 하고 이동수단이 추가되어서 시간과 비용이 더 들어 불편했었지만 그것 또한 여행의 즐거움이었습니다. 바다 위에 늘씬하게 놓인 새로운 물문 석모대교. 외포선착장과의 사이가 2킬로미터로 좁은 편이라 물살아 센 해협일 것이고 바다의 바닥은 개펄로 무를 것이고, 그런데 이리 높고 긴 다리를 휘어지게 만들었다니, 경이로웠습니다. 수없이 많은 다리를 위를 건널 때와는 다른 감흥이었습니다. 아마도 없던 것이 새로 생겨서 더 실감했던 곳 같았습니다. 다리 위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자동차들을 보니 석모도로의 접근이 확실히 쉬워졌습니다. 석모도는 교통편에서만 보면 이제 섬이라기보다 서쪽 맨 끝에 있는 육지가 되었습니다. 다리 위에서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바다보다 더 파란 아주 맑음인 날씨였습니다.

 

해명산 입구인 전득이 고개에 도착했습니다. 가볍게 몸을 풀었습니다. 해명산은 327미터로 높지 않은 산입니다. 그래도 출발하기 전에 무릎과 발목 스트레칭에 더 신경을 썼습니다. 스트레칭은 산행 준비이고 안전하게 산행하자고 몸에게 말을 거는 채비인 것입니다. 평소와는 다른 길, 산에 오를 거니 잘해보자는.. 가벼운 스트레칭은 근육도 풀리지만 마음도 준비시키는 것이라 하고 안 하고는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한층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해명산을 지나 낙가산을 거쳐 마지막 봉우리인 상봉산에 도착하는 것이 등산코스였습니다.

나름삼산 종주였습니다. 삼산 종주지만 그 길이가 길지 않아 강화도의 풍광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산행 끝나고 일행 중에 하나가 8킬로미터가 좀 넘는 거리였다고 알려주었습니다. 8킬로미터를 5시간 동안 걸으며 해명산과 낙가산의 풍광을 맘껏 즐길 수 있었습니다.

햇살이 따듯해서 너럭바위 쉼 자리에서 엉덩이 붙이고 오랜 시간 앉아 있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았습니다.

 

첫 번째 봉우리인 해명산에서 바다를 볼 때는 썰물 때였습니다. 물보다 진흙이 많았었습니다. 모래사장과는 다른 풍경으로 개펄이 반짝거렸습니다. 모래는 바닷물을 순식간에 흡수시키지만 개펄은 입자가 미세해서 물이 표면에서 오래 머무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빛이 나는 개펄은 개펄 같지 않았습니다. 빛을 받아 반짝이는 개펄에는 나무의 가지처럼 길이 나있었습니다. 그 가지 옆으로는 미처 빠지지 못한 물들이 군데군데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뻘 위 가지는 물길이 만들어낸 것인가 싶었습니다. 개펄의 생태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가 생각났습니다. 해가 뜨고 질 때까지의 풍경이었는데 시간을 빠르게 돌린 화면에는 온갖 생명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면서 역동적으로 움직였었습니다. 개펄은 생명의 보고라고 보존하자는 기조의 영상이었습니다. 눈앞에 가지는 거친 조류와 많은 생명들이 모양을 만들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움직이는 것이 만들어낸 길. 살아 움직이는 것들은 길을 만들고, 그 길에는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는 그 생명체의 역사였던 것이었습니다.

 

마지막 봉우리를 향하는 길에 조망하기 좋은 바위에서 보니 어느새 바닷물이 가까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적나라하던 물길이 감추어져 있었습니다. 너무 드러낸 것보다 살짝 감추어진 것이 주는 매력 또한 즐길 수 있었습니다. 개펄 위 잔잔한 물결은 막 잡은 은갈치의 표피처럼 빛났습니다. 빛나는 물결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으려니 눈이 다 시려 미간이 좁혀졌습니다. 물결 따라 마음까지 잔잔하게 빛났습니다. 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 물결을 비춘 건 하늘일 테니까요. 그곳에도 빛나는 물결이 있었습니다. 그 끝, 삼각 수렴하듯이 바다와 하늘은 수평선에서 모아지고 있었습니다.

 

휴식 후 도착지를 행했습니다. 숲이 짙어서 깊은 산속에 온 것 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다시 봉우리를 만나면 또다시 서해 바다를 조망할 수 있었습니다. 봉을 내려서면 절벽 아래로 보문사와 그 주변의 풍경이 나타났습니다. 올망졸망 지붕들이 보였습니다. 바다와 한층 가까워졌습니다.

 

하늘의 빛은 바다를 비추어 바다의 물결을 빛나게 만들었고 빛을 받은 물결은 우리들의 눈을 비추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눈을 비춘다는 것은 뇌의 감각 기관을 통해 마음을 비춘다는 것이었습니다. 열린 마음은 또 하늘을 비추었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선 순환하는 현장에서 하루를 살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