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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3월과 4월 사이, 고군산도

by 힘월드 2024. 4. 6.

3월과 4월 사이, 고군산도

 

고군산도
고군산도

 

3월에서 4월 사이에는

매화꽃이 피고, 돌담에 기대어 산수유꽃이 피고, 목련이 피고 개나리 핀 다음에 조팝나무의 꽃이 자주제비꽃이 핍니다.

봄기운이 느껴지면서 자주 두리번거리곤 한답니다.

골목을 걷거나 차에서 창밖 가로수를 보거나 지하철로 달려가는 길, 발밑을 살피면서 말이죠.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산에 오르거나 여행지로 향하는 길에 눈이 더 많이 열리는 건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일단, 자연 속으로 가는 마음이 준비된 거니까요.

꽃이야 일 년 내내 핀다지만 3월과 4월 사이에 꽃에 더 집중하는 건 아마도,

겨울을 이기고 나온 것이기 때문이겠지요.

무엇을 이겼다고 견뎠다고 하는 것은 의지가 느껴지잖아요.

의지’... 어떤 것을 이루려는 적극적인 마음.

3월과 4월 사이에

몇 개의 섬이 다리로 연결된 고군산도를 걷고 왔답니다.

 

<무녀2-선유교-선유봉-장자교-대장봉-장자할매바위-명사십리해수욕장-망주봉-무녀교>

제가 걸은 길입니다.

 

섬으로 들어서자 매화나무 한 가지에서 꽃이 피기 시작하더라고요.

대부분의 가지에는 쌀알 같은 꽃망울이 열매처럼 열렸는데 그 가지만 유난스레 꽃이 피었더라고요.

햇볕이 가장 잘 드는 곳인가 싶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어요.

꽃이 핀 가지는 땅과 가까웠고 볕이 내리쬐는 하늘과는 반대편, 뒤편이었어요. 한 나무에서도 가지 따라서 꽃피는 시기가 약간씩 다르다니.

뭐지? 싶었답니다.

소박한 초등학교 담장 가까운 운동장에서 산수유가 피었습니다.

담장 밖으로 노란빛을 드러내고 있었어요.

같이 걷던 친구가 산수유네 했습니다.

그 친구는 나무는 꽃이 피어야 무슨 나무인지 알겠다고 꽃 없는 나무는 이름 알기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꽃은 나무의 이름표 같구나, 하고 생각했답니다.

 

높은 건물, 높은 산 등이 없는 섬은 낮은 풍경으로 우리를 맞이했습니다.

높은 건물 사이에서 살고 있는 도시에서 살다 섬에 들어서니 여백이 많았습니다.

도시의 직선과 압도에서 놓여서인지 여유로워집니다.

기꺼이 낮은 풍경이 주는 편안함으로 걸어 들어갔습니다.

찰박찰박. 철썩철썩 이 아닌 찰박찰박.

작은 새소리 같은 바닷물소리입니다.

파도의 소리라기에는 너무 작고 섬세해서 귀를 기울여야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작은 돌멩이 몽돌 위로 시냇물보다 더 시냇물 같은 바닷물이 왔다 갔다 했습니다.

작고 소박해서 더, , 더 눈과 귀를 집중하게 만들고 끝내는 마음을 끌어들여,

밀당을 아주 잘해 상대를 안달 나게 만드는 얄미운 애인 같았습니다.

작은 돌멩이들이 깔린 고군산도의 몽돌해변 풍경입니다.

고군산도는 그런 섬이었답니다.

 

선유봉을 오릅니다. 편안하게 시작한 구간은 곧바로 암릉 구간을 만납니다.

거리를 두고 볼 때는 낮고 소박한 풍경이었지만 오르기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 속에 어찌 그런 날카로운 선과 면을 가지고 있는지 놀라웠습니다.

저리 비장한 선을 품고 있으면서 어찌 그리 부드러운 곡선으로 보일 수 있는지.

그 속으로 들어가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었어요.

조금 후에 만날 선유도해수욕장과 대장봉 망주봉 등을 보입니다.

 

바위산이 주는 풍광 좀 알잖아요.

오르기는 힘들지만 조금만 올라도 많은 것을 조망할 수 있다는 거.

게다가 그곳은 바다 가운데 떠 있는 섬의 산이라는 거.

마침 봄바람이 분다는 거.

그래서 참, 좋다, 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머리카락 따라 마음도 움직인다는 거.

360도 어디에도 막힌 곳이 없었습니다.

선유도는 신선이 노니는 섬이라더니, 맞았습니다.

 

명사십리해수욕장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해수욕장 길이가 10리나 된다고 해서 명사십리해수욕장이랍니다.

넓게 펼쳐진 백사장은 밀도가 단단하고 찰졌습니다.

신발이 쉽게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얕았습니다.

천천히 깊어졌습니다.

100미터를 들어가도 수심이 허리까지 밖에 안 온다고 합니다.

여름날이 기대되는 곳이었니다.

집라인도 있으니 휴가지로 손색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게조형물을 뒤로하고 해변을 걸었습니다.

 

망주봉에 올랐습니다.

망주봉은 선유도의 북쪽에 있고 두 개의 바위산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큰 바위는 남편바위 작은 바위는 아내 바위랍니다.

남편과 아내가 마주 보고 있어 망주봉이랍니다.

152미터의 낮은 산이지만 급경사를 이루어 여름철에 큰비가 내리면 망주폭포가 생긴다고 합니다.

오르려 올려다보니 길은 없고 바위와 밧줄이 보였습니다.

여기저기 앓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갔다 오라고 오르지 않겠다고 해변에서 놀고 있겠다는 소리도 들렸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누굽니까.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는 사람들입니다.

극복 다음엔 그것을 이룬 사람들의 탄성은 당연한 차례일 것입니다.

사방에 둘러봐도 같은 풍경이 없었습니다.

그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도 다 달랐습니다.

무슨 생각을, 무엇을 떠올리고 있는지 궁금했답니다.

아마도 각자의 것에 마음을 기울였겠지요.

마음의 소리를 들었겠지요.

보통, 힐링이라고 말하는 그것이었을 것이라는 것, 느낄 수 있었답니다.

신선이 노닐 던 곳에 앉아 있었으니 더 무엇이 필요했겠습니까.

 

우연찮게 들렀던 곳이 마음에 남아 함께 가자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덕분에 마음에 쏙 드는 곳에 다녀왔습니다.

그 친구 말에 의하면 전에 보다 너무 상업화되어서 투박한 옛 것이 더 좋았다고 하지만

필시 변화에는 이유가 있었을 것이니 현재를 즐기면 그만일 듯싶습니다.

먼저 경험한 친구의 초대에 감사하고 그것을 함께 즐길 수 있어 뿌듯합니다.

욕심이 많은 우리들은 여정이 좀 길었습니다.

함께하는 사람들에 따라 길이나 장소를 조절해도 좋을 듯합니다.

바다는 바다대로 산은 산대로 멋진 곳이었습니다.

어느 곳을 가도 선유도는 선유도니까요..

 

3월과 4월 사이 차례대로 꽃이 피는 때, 차례대로 꽃을 맞이할 마음을 열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