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 사량도 지리망산 달바위에 앉아 한려해상공원을 바라보다
달바위에 앉아 다도해를 바라보던 경험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것입니다. 섬에 있는 산이라기에는, 혹은 거리에 비해서 산행 난이도가 쉽지 않은 산이었지만 봉우리에 앉아 펼쳐져 있는 남해바다를 바라보는 것으로 노고에 대한 그 대가가 충분했습니다. 바위가 많았고 경사가 급했기에 걷기에 조심스러웠지만 사방은 막힌 것 없이 트였습니다. 조망이 트였다,라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합니다. 비경이 발아래 엎드려 있던 그 풍경은 쉽게 만날 수 없는 인생 조망일 것입니다.
▶사량도
사량도는 경상남도 통영시 사량면 진촌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사량도는 상도(위 섬) 하도(아래 섬) 수우도의 세 개의 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등산과 해수욕은 위 섬에서 이루어지고 낚시꾼들은 아래 섬을 찾고 있습니다. 등산을 위해 사량도를 방문한 것이니 당연히 사량도 중에서도 위 섬을 걷고 왔습니다.
윗섬의 산은 육지의 산보다 규모도 작습니다. 그 규모는 작지만 바윗길이므로 등산하는 사람들은 암릉미가 있다고 말합니다. 윗 섬은 지리망산이라 하며 일명 사량도의 지리산이라고 합니다. 육지의 지리산은 어머님 품 같다는 육산이지만 사량도의 지리산은 바위산입니다. 지리산이라 불린 것은 지리산이 보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리망산
지리망산 종주코스의 길이는 6.5킬로미터로 돈지리를 기점으로 하여 지리산(398미터), 달바위(400미터)를 거쳐 옥녀봉(303미터)으로 이어지며 약 4시간 30분 정도 소요됩니다. 산의 규모를 알 수 있는 높이나 거리의 수치를 보면 섬의 산이라 그리 길지 않으니 쉬울 것이라 착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착각은 착각입니다. 바위의 경사도도 만만치 않지만 부스러진 돌이 깔린 길이 많아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사량도의 태생이 궁금했습니다.
▶지리산
시작부터 나타나는 바위는 그 경사가 만만치 않아서 발 디딜 곳을 찾기 위해 자세히 살펴야 했습니다. 험준한 산의 위세를 처음부터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섬의 산이지만 대한민국 100대 명산에 이름을 올린 산입니다. 현재는 덱, 난간, 출렁다리 등의 안전장치를 구비하고 있지만 불과 10년 전만 해도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완주하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합니다.
산을 타기 전에 노약자나 어린이는 주의하라는 안내판도 볼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세 개의 봉우리는 6.5킬로미터를 4시간 30분에 걷는다고 하니 한 시간에 겨우 1.5킬로미터를 걷는 꼴입니다. 육산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시간이 더 걸린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난이도 최강의 산행 길에는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으나 안정장치를 만들었다는 것은 안전한 산행을 위하여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의 다른 말일 것입니다. 그 산을 걸어보면 충분히 공감할 것입니다. 입도와 출도를 하루에 마쳐야 하고 그 와중에 산행을 잘 끝내야 한다면 부지런히 서둘러야 할 것입니다.
산행을 위해 사량도 여객터미널에서 돈지포구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셔틀버스가 운행되었습니다. 돈지포구에서 폐교된 돈지 초등학교를 지나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등 뒤를 밝히는 햇살이 따가운 봄날이었습니다. 사량도는 봄이 일찍 찾아오는 곳으로 특히 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맞은편에는 삼천포화력발전소가 보였습니다. 바닷물의 색이 밝고 환한 파란색이라 산행을 시작하는 마음 또한 바다 빛을 따라갔습니다. 시작부터 바다를 향한 시선이 분주하기만 했습니다. 한려해상공원의 맛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산행을 위해 사량도 여객터미널에서 돈지포구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셔틀 버스가 운행되었습니다. 돈지포구에서 폐교된 돈지초등학교를 지나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등 뒤를 밝히는 햇살이 따가운 봄날이었습니다. 사량도는 봄이 일찍 찾아오는 곳으로 특히 봄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맞은편에는 삼천포화력발전소가 보였습니다. 바닷물의 색이 밝고 환한 파란색이라 산행을 시작하는 마음 또한 바다 빛을 따라갔습니다. 시작부터 바다를 향한 시선이 분주하기만 했습니다. 한려해상공원의 맛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저만치 지리산 정상이 보였습니다. 기암절벽과 소나무들 사이를 부지런히 가야 했습니다. 능선 오른쪽으로 내지 포구가 보였습니다. 아담하고 조용한 농촌의 포구가 정겨웠습니다. 사람들이 사는 곳에 가까운 바다에는 바다 밭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네모반듯한 것을 보니 어류는 아닐 것 같았고 김 같은 것을 재배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는데 동행인 굴 양식장이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앞으로 나아가자 산행을 시작했던 돈지포구와 수우도 대섬이 구도가 잘 잡힌 그림이 되어 있었습니다. 시작보다 더 먼 곳에서 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멀리 볼 때 더 아름다운 것이 있었습니다. 지리산에 도착했습니다. 2.6킬로미터를 1시간 30분 동안 걸었습니다. 조금 더 서둘러야 했습니다. 서두르더라도 앞에 솟은 바위 위에 늠름히 서 있는 소나무를 놓칠 수 없었습니다. 바위 꼭대기에 자리를 잡은 소나무가 짙푸른 색으로 아주 건강했습니다. 뿌리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잠시 궁금해하다가 가던 길 가기 위해 정상 석에서 내려왔습니다. 온통 푸른 빛에 원색 지붕들은 점점이 사이가 좋아 보였습니다.
▶달바위
구간 중 가장 험하다는 달바위로 향했습니다. 봉우리 몇 개를 넘고 옥동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 뾰족한 돌로 만들어진 좁은 길을 올랐습니다. 이런 풍경을 보기 위해 긴 여정에 동참했을 것입니다. 사방은 그림이었고 나는 그림 속 봉우리에서 바람을 맞고 있었고 뾰족하고 옹색한 바위를 돌며 천지를 얻은 듯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내쉬었습니다. 이 정도면 다 이룬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동쪽으로 가마봉과 옥녀봉이 보였습니다. 아직 남은 길이었습니다. 뒷사람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마침 점을 향해 걸었습니다.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달마 능선을 걸었습니다. 이젠 파랗게 빛나고 있는 바다도 시들해졌습니다. 방금 전까지도 천지를 얻은 듯 환호하다가 지쳐가기 시작하니 보이는 것도 줄어들었습니다. 시선은 온통 발밑에서 떨질 줄 몰랐습니다. 양갱을 꺼내 당을 보충해야 했습니다. 나무 계단을 오르고 절벽을 쪼아 만든 돌계단을 오르고 출렁다리를 지나갔습니다.
▶옥녀봉
드디어 마지막 봉우리 옥녀봉을 만났습니다. 통영 8경중의 하나라고 했습니다. 옥녀봉에서 노을을 만났습니다. 하늘이 붉었습니다. 바다도 점점 붉어졌습니다. 우리들 눈도 하늘 따라 바다 따라 붉어졌습니다. 마음도 온통 붉은색으로 스며들었습니다. 색도 빛도 돌도 많았던 산행이 마무리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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